영화 ‘내가 죽기 전…’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 누구나 그냥 이름을 남기기보다는 자신의 이름 앞에 의미 있는 수식어가 붙길 바란다.

영화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사진)은 관객에게 “죽은 후에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냐”는 질문을 던진다. 이 영화는 특별한 장치 없이 예측 가능한 선에서 단조롭게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후반부에 전해지는 메시지는 묵직하게 다가온다. 완벽주의자인 해리엇(셜리 매클레인)은 까탈스러운 성격 탓에 자신이 세운 광고회사에서 쫓겨났고, 남편과 이혼한 후 딸과도 10여 년 동안 교류 없이 살고 있다. 어느 날 신문 부고란을 본 해리엇은 한동안 광고주로 영향력을 행사했던 지역지의 부고 전문기자인 앤(어맨다 사이프리드)을 고용해 자신이 원하는 부고 기사를 미리 쓰게 한다. 해리엇의 가족과 동료 등 주변인 취재에 나선 앤은 해리엇에 대한 악담만 듣게 된다.

이에 해리엇은 동료들의 칭찬을 받아야 하고, 가족의 사랑을 받아야 하며, 누군가에게 우연히 영향을 끼쳐야 하고, 자신만의 ‘와일드카드’가 있어야 완벽한 부고 기사가 완성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앤과 함께 그런 요소를 만들기 위해 나선다.

해리엇의 여정에 동행한 앤은 삶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고, 해리엇이 영향을 끼치기 위해 만난 브렌다(앤줄 리 딕슨)도 욕을 입에 달고 사는 ‘문제’ 소녀다. 이들이 서로를 보듬으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이야기가 따뜻한 공감을 전한다. 또 “야망은 자기 회의에 의해 무너진다”, “네가 실수를 만드는 게 아니라 실수가 널 만들지”, “실패해야 배울 수 있고, 실패해야 사는 거야” 등 해리엇의 입을 통해 나오는 명대사들이 마음에 들어오며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에 대해 이 영화 연출자인 마크 펠링턴 감독은 “관객들은 영화 속 인물들이 발전하는 모습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다”며 “인간적인 질문들이 훈계나 설교의 형태를 취하지 않고 작품 속에 담기도록 많이 노력했다”고 말했다.

원로배우 셜리 매클레인의 탄탄한 열연에 어맨다 사이프리드의 매끄러운 연기 그리고 아역 배우 앤줄 리 딕슨의 통통 튀는 귀여움이 더해져 풍성한 재미를 전한다.

또 영화음악이 해리엇과 앤의 감정이 연결되는 중요한 장치로 사용된다. 이 영화에 나오는 노래는 대부분 국내 관객들에게는 낯선 곡이다. 영화에서 ‘가장 저평가된 밴드’라고 소개되는 킨크스는 1960년대 미국 록을 대표하는 전설의 밴드로, 대표곡 ‘워털루 선셋(Waterloo Sunset)’은 영화의 감성을 잘 살려준다.

이런 여러 요소로 볼 때 이 영화는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1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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