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권력기관장 모두 참석
“무서운 협의체” 부정적 인식
“권위주의시대 대책회의 연상”
수사·세무조사 직접지시 가능
정치적 사찰 등에 악용될 우려
“운용 묘 살리면 순기능” 의견도
전문가들은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 구성과 기능 등을 보면 대통령에 의한 코드 수사 및 감사 등이 이뤄져 수사·감사기관의 독립성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부패 정책 수립 및 협의라는 기능을 벗어나 대통령과 청와대 민정수석의 코드에 맞춘 정치적 사정 컨트롤타워가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사문화됐던 협의회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지시해 부활하면서 이런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는 대통령이 의장을 맡는다. 위원은 검찰총장과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 관계기관장 14명을 포함해 20명 이내로 구성된다. 또 국가정보원장과 감사원장은 배석자로 참가해 이른바 5대 권력기관장이 모두 참석한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참석자들만 봤을 때는 무서운 회의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며 “검찰이 권력으로부터 제대로 독립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검찰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이 정부가 협의회를 부활시킨다면 검찰총장 등은 제외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국가 차원의 부패 방지 대책의 수립 및 추진 △부패 관련 현안에 대한 정부 대책 △부패 관련 실태조사·정보공유 등 효율적인 부패방지 대책 수립을 위해 필요한 사항으로 돼 있는 협의회의 기능도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협의회 운영과 관련해 논란이 불거진 적이 있다. 2006년 이명박 전 대통령 주변 인물의 개인정보를 국정원이 열람했는데 이에 대해 반부패 관련 정보 공유 차원이라고 해명한 것이다. 협의회의 정보 공유 기능이 국정원 사찰의 법적 근거가 돼 버린 것이다. 특히 ‘부패 관련 현안에 대한 정부 대책’ 항목의 경우 현재 논란이 되는 부패 사건이나 정치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나 국세청장 등에게 수사나 세무조사 등을 사실상 지시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사정을 하려는 의도를 가질 경우 이러한 기구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각 부처나 기관이 책임성과 자율성을 갖고 일하면 되는데 대통령이 다 모으면 지시를 따르는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 있던 사정 관계기관대책회의를 연상시킨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운용의 묘를 살릴 경우 반부패 관련 정책 수립 등에 협의회가 순기능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없지 않다. 노무현 정부에서 부패방지위원장을 지낸 정성진 전 법무부 장관은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 운영을 통해 세계부패인식지수(CPI) 개선 등 효과가 있었다”며 “대통령이 검찰권 행사와 관련된 지시를 하지 않고, 내용에 따라 참석자들의 범위를 조정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패방지위원회나 국가청렴위원회처럼 부패 대책 수립 전담기구도 사라져 지금은 노무현 정부 때와 상황이 다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가청렴위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국민고충처리위 등과 합쳐져 국민권익위원회로 통합됐다.
김병채·유민환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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