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번갈아 내서 ‘품앗이’
밥만 먹여주는 알바도 등장
‘돌봄 프로그램’ 확대 필요


여름방학이 다가오면서 아이 맡길 곳을 찾지 못한 워킹맘·워킹파파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방학 내내 휴가를 쓸 수도 없고, 베이비시터에게 일주일만 아이를 맡기려고 해도 50만 원이 훌쩍 넘어가기 때문. 방학 기간이 한 달 정도 되는 초등학생 부모의 경우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에 아이들 밥만 먹여 주는 아르바이트나, 사정이 비슷한 부모들끼리 돌아가면서 휴가를 받아 아이들 밥을 먹여주는 ‘품앗이’까지 등장했다.

5세 아이를 둔 한 워킹맘은 최근 학부모들이 육아·교육 비법 등을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 ‘강남엄마VS목동엄마’에 “방학이 긴데 계속 휴가를 내 애를 데리고 있을 수도 없다”며 “영어유치원 특강프로그램이나 짧게 다닐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은 없느냐”고 토로했다. 7세 아이를 둔 이모(여·37) 씨는 19일 “단기 베이비시터를 구하려고 해도 시급이 1만 원 정도라 일주일만 맡겨도 50만 원은 기본인 데다 급하게 구하다 보니 어떤 분인지 검증할 시간이 없어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는 걱정이 더 크다. 학원 여러 군데를 보내 부모들이 퇴근할 때까지 아이들 귀가 시간을 늦출 수는 있지만, ‘끼니’를 챙겨줄 방법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 식사만 챙겨주는 아르바이트도 등장했다. 학원에서 아이를 집으로 데려와 냉장고에 있는 반찬을 꺼내고 국을 데워 밥을 챙겨주거나, 아예 밖에서 밥을 사 먹인다. 그러고도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보는 단기 베이비시터와 비슷하게 시급 1만 원 정도를 받는다. 게다가 외식을 시키면 밥값은 당연히 아르바이트비와 별도로 청구한다.

엄마들끼리 서로 휴가 일정을 맞춰 돌아가며 밥을 먹이는 품앗이를 하기도 한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워킹맘 김모(39) 씨는 “엄마들끼리 품앗이를 위해 일주일 단위로 휴가를 나눠 냈다”며 “아이들 학원 끝나는 시간에 맞춰 밥이나 간식 정도만 챙겨 주는 건데, 어차피 내 아이도 순번이 돌아오니 5만 원 정도씩 갹출해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방학 때 빈 학교 건물 등 아이를 한데 모아 돌볼 수 있는 공간을 활용해 워킹맘·워킹파파들을 위한 돌봄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아·김수민 기자 kimhaha@munhwa.com
김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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