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② ‘인사·재정권 독립’ 필요성

서울시의회 소속 직원 351명 중
의장 임명 사실상 한명도 없어
의회정원조례 개정권 시장 독점

시청 공무원 1~2년 근무후 복귀
전문성·경험 축적 어려운 구조
업무전담 ‘의회직렬’ 신설해야


지방 의회의 역할은 지방자치단체의 살림살이를 심의하고 감시하면서 주민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다. 이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선 의회 기능을 뒷받침하는 사무처 인력에 대한 독립적 인사권과 재정권 확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전국 모든 지방 의회의 인사권을 사실상 지방자치단체장이 갖고 있어, 지방 의회가 자치단체장에 휘둘리는 구조다. 이에 따라 의회의 권한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인사·재정권을 보장하는 제도 개혁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19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현 시의회 사무처 직원 351명 중 58%인 206명이 서울시 소속 일반 공무원이고 시의회 자체적으로 채용한 직원은 145명이다. 하지만 이 145명도 실제로는 시장이 임명한 직원들로 결국 의회 직원 중 의회 수장인 의장이 임명한 직원은 공식적으로 1명도 없는 셈이다. 시의회 사무처 인사권을 서울시장이 행사하는 형국이다.


지방자치법 제91조 2항은 ‘사무직원은 지방의회의 의장 추천에 따라 그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사무직원 중 별정직·기능직·계약직 공무원에 대한 임용권은 지방의회의 사무처장·사무국장·사무과장에게 위임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의장에게 추천권이 있지만 직원의 실질적 임명 절차는 의회로부터 견제받아야 하는 단체장이 관장하고 있는 것이다. 의회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을 단체장이 임명하기 때문에 의회 업무와 단체장이 독립적일 수 없는 왜곡된 구조다. 결국 ‘견제와 균형’이라는 의회 본연의 기능을 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서울특별시 지방공무원 정원조례’도 의회의 독립적 인사권 행사를 막는 또 다른 독소조항이다. 조례는 인사 및 조직에 관한 권한을 단체장에게 준 지방자치법에 근거한다. 이 조례 제2조 제4호는 의회 사무기구의 정원을 300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시의회 사무처 인사 조례는 시장만 발의하고 제출할 수 있다. 시의 조직개편 등으로 시청과 시의회 간 정원의 변동이 있을 때만 시장이 조례 수정안을 의회에 제출하고 심의를 받을 수 있으며 시의원은 발의할 수 없다.

의회 사무처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시청 공무원들이 1∼2년 정도 근무하고 복귀하는 인사구조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의회 관련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을 축적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의장의 인사권이 실질적으로 작동되지 않기 때문에 의회의 입법 및 정책 수립, 견제 기능을 실무적으로 담당하는 전문 지원 인력이 안정적으로 육성되기 힘들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의회 업무만 전담하는 ‘의회 직군’의 신설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임정빈 성결대 행정학부 교수는 “이미 법에서 보장하는 단체장의 권한이 강한데 의회에 인사권과 예산권마저 없으니 의회 업무 수행이 제대로 될 수 없는 것”이라며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의회 전문직군을 신설하고 이들에 대한 인사권을 의장에게 주어 의회 사무처와 의원이 의회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의회 사무처 관계자도 “인사권을 제대로 행사하려면 그에 수반되는 예산도 편성할 수 있어야 하는데 예산편성 권한도 시장에게 있다”며 “결국 시의회가 시장의 인사권과 예산권 위에 홀로 떠 있는 모습이어서 제대로 된 의회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현재 시의회 법제관리팀장은 “명목상 의장이 의회 조직에 대한 독립적 권한이 있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역량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며 “의장의 권한이 실질적으로 발휘되도록 보좌해야 할 사무국 직원들이 시청에서 잠시 파견된 공무원이어서 소속감이 떨어지고, 업무 전문성이 결여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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