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 공적자금관리委 민간위원장

몇 년 전 국내 금융산업에 대해 ‘아프리카만도 못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2014∼2015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 금융산업 성숙도 분야 순위가 80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79위인 말라위와 81위인 우간다가 모두 아프리카 국가들이라서 더욱 충격적이었고, 대통령까지 이에 대해 언급하면서 비난에 가까운 평가가 이어졌다.

확인해 보니 이러한 결과는 세계경제포럼이 많은 부분에 있어서 설문조사 결과를 그대로 이용한 데서 비롯됐다. 중소기업들이나 벤처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대출의 용이성’이나 ‘은행 건전성’ 같은 항목에 대해 주관적 평가를 하도록 했는데, 이들 평가자가 아주 안 좋은 점수를 주었고, 이 수치를 그대로 사용하니까 순위가 너무 나빠진 것이었다. 당시 우리 경제에 있어서 중소기업 대출은 580조 원 가량이었고, 우리 은행의 BIS 비율이나 부실채권 비율은 미국, 일본 수준이거나 이들보다 더 좋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주관적 평가가 부실하게 나왔다는 것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객관적인 수준이나 능력에도 불구하고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사실 우리 금융산업은 금융 선진국과의 격차가 상당하다. 또, 우리나라 일류 수준의 산업인 IT나 반도체산업과 비교해도 격차가 심하다. 일종의 ‘이중 격차’가 있는 셈이다.

최종구 전 수출입은행장이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하고 19일 금융위원장에 취임했다. 축하를 보내야 할 상황이지만 우리의 금융 현실은 무겁기만 하다.

우선, 당면한 구조조정 이슈가 중요하다. 조선업 등에 대한 효과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또한, 가계부채 탕감이나 서민 금융 지원과 같은 공약 사항에 대해서도 적절한 후속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당장 지원 대상이 되는 가계는 반길 것이다. 하지만 굳이 모럴 해저드라는 용어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 부분이 선례가 되면서 부채를 보유한 제3자의 부채 탕감 의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도록 매우 신경을 써야 하는 대목이다.

그 외에도 모험자본 형성을 통한 신(新)산업 지원, 서민 등 약자 지원, 소비자 보호 정책 등 묵직한 과제가 즐비하다. 그런데 이 과제들을 시행하다 보면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본연의 과제는 자꾸 뒤로 밀리게 된다. 사회적 요구라는 명분을 가지고 지원과 보호에만 신경 쓰다 보면 정작 이를 감당할 금융산업이나 기관의 경쟁력에 금이 갈 수도 있다.

그동안 우리 금융산업은 제대로 된 지원과 육성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항상 실물 분야를 지원하는 보조적인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이 덕분에 우리 제조업은 세계 일류 수준이 됐지만, 우리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뒷전으로 밀렸다. 그러나 실물과 금융은 두 바퀴처럼 같이 가야만 서로 조화로운 발전이 가능하다. 새 정부의 공약을 보면 금융산업 육성에 대한 부분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그럴수록 새 금융위원장이 금융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체질을 강화해 줘야 우리 금융산업은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지원과 보호의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다. 지원과 보호라는 한 축, 그리고 경쟁력 강화라는 또 한 축이 같이 움직여야 우리 금융이 제 역할을 감당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새 금융위원장이 이 두 과제의 조화로운 추진을 통해 금융과 실물의 발전에 크게 공헌하면서 우리 금융의 ‘이중 격차’ 문제를 제대로 해소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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