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촬영 · 강도강간 미수범까지 대상 확대돼

다시 불거지는 ‘화학적 거세’ 논란


지난 18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성(性)충동 약물치료, 이른바 ‘화학적 거세’ 대상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인권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정신건강전문의의 진단이 있는 경우에 한해 화학적 거세가 이뤄지는 만큼 오용 가능성은 희박하고 실제 성범죄 예방 효과가 클 것이라는 찬성론에 대해 ‘몰래카메라(몰카)’ 사범까지 화학적 거세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지나치다는 반론도 나온다. ‘거세’라는 단어에 대한 거부감부터 화학적 거세의 효과에 대한 논란, 부작용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1 법률 개정안 내용은

이번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약물치료 대상 범죄에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 강도강간미수죄, 아동·청소년 강간 등 살인·치사죄와 상해·치사죄가 추가됐다.

이를 두고 성범죄 억제에 효과적인 약물치료의 대상범죄를 확대함으로써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높은 법률이 확대 집행되는 데 대해 우려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개정안에 따르면 성범죄로 인해 징역형과 함께 약물치료명령을 받은 사람이 약물치료 집행 종료 전 9개월부터 6개월 사이에 법원에 치료명령 집행면제를 신청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약물치료명령 선고 시점과 실제 집행 시점 사이에 상당한 시간 격차가 있음에도 불필요한 치료를 막을 절차를 두지 않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따른 후속 조치다.

2 헌재의 화학적 거세 판단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5년 12월 화학적 거세를 규정한 이 법 제4조 제1항을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합헌 결정한 바 있다. 당시 헌법소원 대상이 된 4조 1항은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성도착증 환자로,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19세 이상 범죄자에게 검사가 약물치료명령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헌재는 “약물치료는 대상자 자신을 위한 치료로 한시적이며, 치료 중단 시 남성 호르몬 생성과 작용의 억제가 회복 가능하다는 점에서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문의 감정을 거쳐 성도착증 환자를 대상으로 청구되고 치료 대상자도 좁게 설정하고 있다”며 “입법 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에서 치료가 이뤄진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3 실제 화학적 거세 사례

한국에서 처음으로 화학적 거세 선고를 받은 사람은 ‘탈주 성폭행범’ 김선용 씨다. 지난해 2월 대전지법 제12형사부(부장 강문경)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씨에게 징역 17년에 더해 성충동 약물치료 7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정신감정인이 피고인을 감정한 결과 최하 3년부터 일생 약물치료를 병행할 것을 권고한 사실 등을 고려했다”고 판단했다. 김 씨는 지난 1998년부터 성범죄를 저질러 실형을 살다가 2010년 5월 출소한 지 한 달 만에 다시 10대 소녀들을 상대로 범행을 벌였으며 2012년 6월 특수강간죄 등으로 징역 15년 및 치료감호를 선고받았다. 2015년 8월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치료감호 중이던 김 씨는 탈주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상점 여주인을 성폭행했다.

그를 체포한 검찰은 “김 씨의 정신감정 결과 정신장애가 있는 성도착증 환자로 보인다”며 법원에 화학적 거세 및 치료감호 청구를 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4 화학적 거세 판단·집행 절차

화학적 거세는 검사의 약물치료명령 청구와 판사의 최종 선고로 이뤄진다. 검사가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4조1항에 의거, 약물치료명령을 법원에 청구하면 성도착증 유무 및 재범의 위험성에 대해 정신건강전문의의 진단과 감정이 이뤄진다.

법원도 사건 심리 결과 약물치료명령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검사에게 치료명령 청구를 요구할 수 있다. 법원은 치료명령 청구가 이유 있다고 판단되면, 15년의 범위에서 치료 기간을 정해 판결로 치료명령을 선고한다. 약물치료 집행은 징역 기간 만료 후 수형자가 다시 사회로 나가기 2개월 전부터 시작된다. 다만 개정안에 따르면 형 집행 종료 9∼6개월 전 법원에 치료명령 집행면제를 신청할 기회가 부여됐다. 약물치료명령 선고 시점과 집행 시점 사이에 상당한 시간 격차가 있어 사정변경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다.

5 화학적 거세 어떻게 이뤄지나

화학적 거세에 쓰이는 성 충동 약물치료는 주기적으로 주사를 놓거나 알약을 먹여 남성 호르몬 생성을 억제해 성욕을 감퇴시키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수술로 고환을 제거하는 물리적 거세와 구별된다. 성 충동 약물치료 대상자는 석방 전 2개월 안에 약물을 투여하고 석방 후에도 주기적으로 약물치료에 응해야 한다. 약물은 주로 여성 호르몬 등을 사용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약 석 달 주기로 주사나 알약을 통해 투여해야 한다. 법무부 등 교정 당국에서는 ‘화학적 거세’라는 용어 사용을 자제해줄 것을 권하고 있다. 화학적 거세는 언론에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용한 용어로, ‘거세’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정식 명칭인 ‘성 충동 약물치료’를 사용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다.

6 약물 부작용은 없나

성 충동 약물치료에 쓰이는 약들은 심혈관계 질환, 유방 비대증, 골다공증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는 사례도 있지만, 생명을 위협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실제로 화학적 거세를 시행해온 캐나다 교정 당국은 “화학적 거세는 장기적으로 만성피로, 우울증, 두통, 간 기능 장애 등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키지만, 단기적으로는 그 효과가 매우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2006년 3월 대한비뇨기과개원의협의회가 의사를 상대로 실시한 ‘화학적 거세 도입에 관한 찬반 설문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 74명 가운데 화학적 거세에 반대하는 응답자는 31명으로 전체의 43%를 차지했지만, ‘부작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응답자는 3명에 불과했다. 성 충동 약물치료에 드는 비용은 1인당 연간 500만 원 선으로 비용은 국가가 부담한다.

7 화학적 거세의 한계

전문가들은 성폭행범의 왜곡된 성 의식을 그대로 둔 채 성욕만 줄인다고 성범죄가 감소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성폭행범 처벌이 강화되고 화학적 거세를 시행하면 경기 ‘화성 연쇄 성폭행 살인사건’과 같은 강력범죄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범죄자들의 특성상 법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법망을 피하고자 완전범죄를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화학적 거세의 효과는 약물 투여 기간에만 발생하고 투여를 중단하면 다시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기 때문에 성범죄를 획기적으로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약물치료와 함께 반드시 ‘심리치료’를 병행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가령 성폭행범이 성 충동을 느낄 때 역한 냄새나 전기 자극, 혹은 구토제 등으로 외부 자극을 줘 인위적으로 신체거부 반응을 유도하는 것도 재발방지를 위해 사용되는 심리치료 중 하나이다.

8 다른 나라 관련 법률은…

덴마크는 1929년 거세법이 제정되고 물리적 거세를 합법화한 최초의 나라다. 그러나 물리적 거세가 비인간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폐지됐다. 1973년부터 성범죄자에 대한 행동치료가 실패한 경우에 한해 화학적 거세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를 비롯해 화학적 거세는 미국, 캐나다, 스웨덴, 프랑스 및 동부 유럽 국가에서 실시 되고 있다. 특히 약물치료가 적극적으로 사용되는 스웨덴에서는 종래 40%에 달하던 성범죄 재범률이 화학적 거세 대상자에게서는 5%만 나타나는 등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됐다.

반면 호주에서는 도입을 검토하다 과학적·객관적인 검증 방법으로 그 효과가 입증된 예가 없다는 이유로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화학적 거세 도입의 가장 최근 사례로는 인도네시아가 있다. 인도네시아 의회는 지난해 10월 모든 아동 대상 성범죄자에게 화학적 거세를 실시하고 성폭행범의 몸 안에 위치추적용 전자칩을 이식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인도네시아에서 성폭행범의 최소 형량은 징역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났으며, 최고 사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9 해외 주요 적용 사례

영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 2014년 2월 당시 28세였던 영국의 보육 교사 출신 아동성범죄자 아론 콜린스는 자신이 수감 돼 있던 교도소에 화학적 거세를 자청했다. 콜린스는 22명의 아동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2009년부터 교도소에 수감 돼 있던 중이었다.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했던 콜린스는 수감 5년이 넘어 화학적 거세 요청 사유로 “화학적 거세만이 아동에 대한 나의 성욕과 성행위를 감소시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콜린스는 당시 교도소 내 소식지에 “나는 나 자신을 잘 알기 때문에 내가 성범죄를 저지르는 ‘방아쇠’를 잘 파악하고 있다”며 “엉망진창이 된 내 정신이 위험하다는 것, 그것이 나의 결론”이라고 말했다.

10 찬반 논리는…

성범죄는 한 인간의 인격을 살해하는 강력 범죄로 불린다. 반드시 막아야 하는 범행이라는 점에선 논쟁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 처벌 방법으로 화학적 거세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선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과 범죄자에 대한 인권침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성범죄가 대체로 잘못된 성적 욕구를 제어하지 못해 발생하므로 그 원인을 차단해 재범을 방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성범죄가 재범률이 높고 약자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범죄이기 때문에 약물을 투여해 성범죄자의 성욕을 감퇴시켜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강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론은 근거로 △화학적 거세는 그 효과가 아직 입증된 것이 아니고 △인간의 성욕을 강제적으로 제어한다는 건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게다가 성범죄자는 징역형 처벌을 받게 되는데, 여기에 화학적 거세를 할 경우 이중 처벌이 돼 공정하지 못하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해완·박준희·김리안 기자 paras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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