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활기업 ‘정담그린환경’의 이장희(왼쪽) 대표가 박복련(오른쪽) 공동대표 등과 함께 지난 11일 서울 도봉구 창동 도봉시설관리공단 내 지하 사무실에서 청소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실패한 중년에 ‘역전 기회’…자활기업 창업
‘정담그린환경’ 57세 이장희씨
한때 잘나가던 의류사업자 금융위기때 사채 쓰다‘파산’
노원자활센터서 3년 배운뒤 지원금 받아 청소업체 차려
“수급자, 국가보조 의존말고 스스로 자활의지 만들어야”
# 성공과 실패, 추락과 재기의 50대 부부
“희망을 다시 찾았습니다. 열심히 하면 안 되는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지난 11일 서울 도봉구 창동 도봉시설관리공단 지하 1층의 한 사무실. 이전을 위해 각종 사무기기 정리와 청소 작업을 하던 중년 부부가 미소를 지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들 부부는 자활기업 ‘정담그린환경’의 이장희(57), 박복련(여·56) 공동대표. 정담그린환경은 청소전문기업으로 이사청소, 준공청소 등을 맡아 한다. 이들의 특징은 기초생활보장수급자라는 점이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소득이 최저 생계비 이하로, 정부 지원이 없으면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자활기업을 설립하면서 곧 기초생활수급자에서 벗어나고, 빈곤에서도 탈출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이들 부부는 한때 잘나갔다. TV에 출연할 정도로 성공했던 사업가 부부였다. 1988년부터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의류제조 도소매 업체와 대구에도 비교적 큰 규모의 봉제공장을 운영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는 ‘Be The Red’라고 새겨진 붉은악마 티셔츠를 23만여 장 판매했다.
이때가 경영의 절정이었다. 이후로 내리막길을 걸어야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자금회전에 어려움을 겪은 데다, 과잉생산 등의 문제로 자금난이 겹쳐 사채를 끌어다 쓰면서 결국 파산했다. 화려한 집에 살다가 동대문구 장안동의 오래되고 낡은 여인숙으로 거처를 옮겼다. 아이들에게 가장 미안했다.
이 씨는 “큰딸 공부할 때는 집안 사정이 넉넉해 지원을 많이 했는데, 작은아들에게는 제대로 지원을 못 해줘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이 씨 부부는 한순간에 기초생활수급자가 됐지만 좌절하지 않고,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갔다. 바로 노원구에 있는 지역자활센터다. 이 씨는 그곳에서 기초수급비를 받아가며 열심히 일을 배웠다. 처음 1년간은 소독 업무를, 2년간은 청소일을 했다. 자활사업단에서 배우면서 기술을 습득했다. 총 3년 동안의 자활교육 후 아내와 함께 2013년 설립한 것이 지금의 회사다.
이들 부부는 적극적으로 일했다. 창립지원금으로 승합차와 청소용품을 구매한 뒤, 경비가 많이 들더라도 전국 곳곳으로 청소하러 다녔다. 전국 곳곳을 다니느라 수익의 절반 넘는 금액이 경비로 지출됐지만, 반대로 효과적인 청소기술과 노하우를 터득할 수 있었다. 점점 일거리도 늘어나면서 차상위계층으로 어렵게 사는 사람을 직원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기술과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서라면 무료 아르바이트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간다. 이 씨는 “얼마 전에는 광화문의 대형건물 청소현장에 따라가 대리석 청소하는 방법을 보면서 작업순서를 익혔다”며 “대리석 청소는 장비도 비싸고 고급기술이어서 지역자활센터에서는 배울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이 씨는 철거 관련 면허도 취득할 계획이다. 청소만 하는 것보다, 철거와 함께하면 수익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2년 정도 준비하면 철거면허를 습득해 사업을 더 키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서울시가 서울 곳곳의 석면을 철거할 계획이어서 앞으로 시장 전망도 밝을 것으로 예상된다. 얼마 전에는 노원구의 사회적 경제 기업 박람회에 자활기업으로 유일하게 참여해 ‘풍성하다’는 칭찬을 들었다.
이장희 씨는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기대지 말아야 합니다. 이런 말을 하면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 욕을 먹을 것 같지만, 취약계층은 국가보조에 기대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아요. 최저생계비가 나온다고 안이한 겁니다. 자활 의지는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스스로 자립정신을 만들고 취약계층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열심히 해야 합니다. 준비하는 곳에 지원이 있습니다. 준비가 되면 자립도 빨리 됩니다. 정부도 자활사업으로 수급자에게 일부터 시키는 것보다 의지, 용기, 희망 등을 북돋는 인성교육부터 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부의 제도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놨다. “취약계층은 열심히 일해 매출이 오르면 차상위계층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임대주택 지원 등의 혜택도 사라집니다. 이런 걸 두려워해 취약계층에 남으려고 오히려 열심히 일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취약계층이 ‘탈수급’을 하더라도 주거 등의 혜택은 일정 기간 유지해 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