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면제대상 46.5% 인데
고소득자·대기업에만 增稅
“국민개세주의와 정면 배치”

세계 주요국은 법인세 인하
투자위축·일자리감소 우려


문재인 정부가 복지 분야에 집중된 100대 국정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결국 고소득자와 기업에 대한 ‘증세(增稅)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이 절반에 육박하는 상황 개선은 외면해 ‘포퓰리즘 세제 개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증세는 전 소득계층에 여파를 미칠 수 있는 사안인데도 정부가 세금을 내지 않는 국민에 대한 과세를 미적거리면서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논란과 함께, 기업 투자 위축·일자리 축소·소비 부진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1일 경제 부처 등에 따르면 현행 조세체계는 2015년 소득 기준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이 46.5%(한국조세재정연구원 추정)에 달하는 등 기형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이를 개편하지 않으면서 고소득자와 기업에 대한 세금만 늘릴 경우, 조세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더 악화시킬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또 복지 확대에 따른 부담 공유보다는 ‘무임 승차’ 인식만 확산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소득이 있는 모든 국민은 적은 금액이라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에 정면으로 배치되고, “세금을 내는 사람만 더 많은 세금을 내는 포퓰리즘 증세”라는 것이다.

증세 안이 국가 재정을 늘릴 수 있지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과 맞물려 기업의 투자 여력을 감소시키고, 오히려 문재인 정부 최대 중점 정책인 일자리 창출에 역행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당·정·청 주요 인사들은 이날 오후 열리는 ‘2017 국가재정 전략회의’ 2차 회의에서도 증세 안을 토론할 것으로 알려졌다. 증세 안을 들고 나온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서는 내년부터 증세를 실행해야 한다며 오는 8월 2일 발표될 예정인 세제개편안에 소득세·법인세 최고 세율 구간 신설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도 여당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태도다. 문 대통령은 전날 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언급한 증세 안에 대해 “당의 입장을 잘 알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여전히 증세보다 재정 지출 절감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진·김병채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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