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포괄적 경제대화’가 사실상 결렬된 것은, 두 나라 사이의 교역 문제를 넘어 전 세계의 정세가 더 불안정해질 것임을 예고한다. 특히, 두 나라와의 안보·경제 협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한국에 미칠 ‘2차 영향’이 간단치 않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각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미 워싱턴에서 19일 열린 경제대화는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 합의에 따른 것이다. 그럼에도 공동성명 도출에 실패했고, 기자회견조차 취소됐다. 다만, 양국은 ‘판’ 자체를 깨지 않기 위해 중국의 대미 흑자 폭을 줄이고 금융 등 시장 개방을 확대하는 방향의 협의는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태는 당장 북핵(北核) 해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북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좋은 구도는 미·중 양국이 공동으로 전방위 대북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그런데 양국 관계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여겨졌던 경제대화가 결렬됨으로써 강고한 협력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북핵 해결에 역할을 해준다면 무역에서 양보할 수 있고,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을 것’이라고까지 밝혔었다. 따라서 이번 결렬은 트럼프-시진핑의 이런 합의가 깨졌음을 의미한다. 시 주석 입장에선 올가을 당대회를 통해 집권 2기를 다져야 하는 만큼 미국에 굴복하는 모양새를 보이지 않겠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논의에서 추가 제재 반대 입장을 밝혀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

북핵 대책에서 미·중은 이미 제 갈 길을 가겠다는 태세다. 미국은 중국을 배제한 상태에서 북한 금융 전면 차단과 개성공단 재개 반대 등을 구체화하고 있다. 사드 문제에다 평택 미군기지까지 주시하는 중국은 ‘북·중 혈맹’으로 더 경도(傾倒)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등에서 더 강한 입장을 보일 수 있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문 정부는 중심을 잡아야 한다. 한·미 동맹을 확고히 하면서, 어설픈 대북 협상 카드로 인해 북한 전술에 말려들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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