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나도 이제 늙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지인 다수는 누군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자주 섭섭해 하거나 과음으로 인한 숙취가 오래갈 때 그렇다고 한다. 친한 사람의 이름을 번번이 까먹거나 흘러간 노래를 흥얼거릴 때 그렇다는 이들도 적잖다. 어떤 이들은 하루가 빨리 지나감을 알았을 때나 자식 걱정이 내 걱정보다 더 많아짐을 알았을 때 그렇다고도 한다.
‘새벽잠 실종’도 나이가 들었음을 일깨우는 대표적 현상이다. 60∼70대 지인들에게서 종종 듣는 ‘새벽잠이 없는 걸 보니 나도 이제 노인네 다 됐어’라는 넋두리만 봐도 그렇다. 이는 의학적으로도 설명된다. 나이가 들면 식사 습관·성격·주변 환경이 변하는 것처럼 수면습관도 바뀐다. 이유는 일주기 리듬(하루를 주기로 변하는 생체리듬)이 빨라지기 때문이다. 한밤중에 나와야 할 멜라토닌이 초저녁부터 나와 일찍 잠들게 되고, 그만큼 빨리 사라져서 새벽잠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노인 불면증이 질병이 아니라 수면습관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주장의 근거다.
물론 질병 요인도 노인 불면증을 깊게 한다. 수면무호흡증, 주기성 사지운동증, 렘수면행동장애 등이 그런 원인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의 30%가 수면무호흡증을 앓고 있다. 노화로 기도 주위 근육의 긴장도가 저하되고 조직 탄성이 떨어져 수면 중 기도를 좁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되면 수면 중 호흡이 힘들어져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잠에서 잘 깨게 된다.
최근 이와 관련, 흥미로운 주장이 나왔다. 미국 듀크대 찰리 넌 교수팀은 아프리카 탄자니아 하드자족 남녀 33명을 대상으로 팔목에 동작감지센서를 차게 한 뒤 이들의 생활양태를 20일간 관찰했다. 원시부족인 이들은 낮에는 사냥 등을 하다가 밤이 되면 오두막에 모여 함께 잠을 잤다. 조사 결과 하드자족 역시 50∼60대가 20∼30대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났다. 특히, 수면 시간 중 최소한 한 사람은 늘 깨어 ‘불침번’을 선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진은 “나이가 들어 잠이 줄어드는 건 몸에 이상이 생겨서가 아니라 초기 인류가 맹수로부터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진화한 행동의 결과”라고 결론 내렸다. ‘잠 못 드는 조부모 가설’이라고도 명명했다. ‘자나 깨나 자식 생각’하는 부모의 희생이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셈이다. 부모는 역시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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