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협 사회부장

이제 검찰을 끌어들이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사정에 관한 한 정권은 아예 검찰의 존재 자체를 잊어버릴 필요가 있다.

청와대가 관심을 가질수록, 검찰의 힘이 더 커진다는 역설 때문이다. 검찰이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과잉 권력화, 조직 비대화, 부패의 발생 고리를 방지하는 제도개혁 정도가 정권이 해줄 수 있는 선의의 최고치다. 비리수사는 검찰을 믿고 맡겨놓는다면 그동안 불행했던 정치검찰의 흑역사는 상당 부분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해봤던 적이 없기에 증거가 없을 뿐이다. 검찰 수사는 법대로 보편타당성 있게 이뤄지면 그만이다. 최선의 길이다. 반대로 청와대가 검찰에 기댈수록, 직간접적으로 수사에 관여할수록 검찰 권력이 통제수준을 넘어 스스로와 정권의 발목, 나아가 국가의 발목을 잡아왔던 사례는 수두룩하다. 박근혜 정권 당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무소불위 폐해는 말할 나위도 없다. 검찰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수사를 제때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무관치 않다. 내사를 2년 반이나 진행했다는 이상한 해명은 정권 눈치를 봤다는 실토로 들린다.

결국 정치검찰이라는 잘못된 DNA를 분열, 증폭, 확대 재생산한 주체는 바로 정치다. 비리를 제때 도려내지 않으면 치명타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오랫동안 되풀이돼온 정권과 검찰의 유착관계, 악의 공생이 낳은 나라의 불행이다. 청와대 수석, 장관, 여당 실세라고 검찰의 비리 수사 대상에서 빠지는 만큼 ‘괴물’ 정치검찰은 덩치가 커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도 비리가 의심된다면 헌법과 법 절차에 따라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정의 실현은 검찰보다 정권이 먼저 길을 터줘야 가능해지는 이유다. 선(善)의 공존으로 가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이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이 의장을 맡는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에 검찰총장을 참여시킨다는 청와대 방침은 변화가 없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선한 의지로 검찰권에 간섭하지 않고, 독립과 중립성을 보장하며, 하명 수사는 얼토당토않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게 분명하다. 실제 문 대통령은 “정치보복이나 사정에 악용될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오히려 의지를 곧추세우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검찰총장이 협의회 테이블에 앉아 있는 자체가 치명적 문제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왜 애써 외면하는지 의문이다. 민정수석과 검찰총장의 전화 통화 자체도 하명 수사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대통령과 얼굴을 맞대고 관련 현안을 논의하는 장면은 훨씬 더 심각하다. 검찰이 적폐 대상 오명을 지울 기회는 사라진다. 검찰 내부에서도 무슨 수사를 하든 하명 수사 논란, 정권의 수사 가이드라인 논란이 반복될까 우려가 깊다. 권력기관 간 봐주기 의혹도 건건이 발생할 수 있다. 권력형 비리수사 의지는 저절로 약해진다. 무엇보다 현행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검찰청법 제8조에 따르면,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법무부 장관만 검찰총장을 지휘하게 돼 있다. 무소불위 검찰 권력 견제를 위해 올해 안에 공직자비리수사처를 만들고, 검·경 수사권 조정을 하기로 하지 않았나. 곱든, 밉든 자칫 검찰을 죽일 수도 있는 길은 피해야 한다. 나만이 정의롭다는 자신감이 초래할 파국이 심히 걱정된다.

jupit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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