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21일 시흥캠퍼스 건립 추진에 반대하며 행정관을 점거했던 학생 12명에게 무더기 중징계를 내렸다. 학교와 학생들이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관련 문제 해결과 신뢰회복을 위한 협의회’를 발족해 대화 분위기를 조성한 지 10일 만에 무기정학 등 징계가 이뤄지자 학생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대는 이날 행정관을 불법 점거하고 기물을 파손했다며 학생 8명에게 무기정학, 나머지 4명에게는 유기정학 처분을 통보했다. 무려 15년 만에 학내 갈등과 관련해 대거 무기정학 처분이 내려진 것
이에 따라 앞으로 시흥캠퍼스 협의회가 원활히 굴러갈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징계를 통보받은 학생들은 “야만적인 징계 탄압을 당장 철회하라”며 “지난 3월에 학생들을 끌어내면서 물대포, 불법사찰, 학생 폭행 등 폭력을 일삼은 학교 측이 징계로 학생 탄압의 종지부를 찍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생들은 지난 4일과 20일 열렸던 두 번의 징계위원회에 불출석하며 “학교와 학생들이 대화하는 과정에서 징계를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해왔다. 학교와 학생들은 지난 11일 협의회를 발족하며 대화의 물꼬를 튼 바 있다. 협의회를 발족하면서 성낙인 서울대 총장이 학생들에 대한 선처를 약속했기 때문에 징계 강행에 대한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학교 측은 “징계 철회는 합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학칙상 징계위원회 개최 연기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대는 징계위원회를 개최하는 과정에서도 논란의 빌미를 제공했다. 2차례 징계위원회의 회의 장소를 학생들에게 제대로 공지하지 않아 ‘밀실 회의’라는 비판을 받았다.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공지되는 것은 소집 장소이지, 실제 회의가 열리는 장소가 아니다”라고 선뜻 이해하기 힘든 해명을 내놓았다. 이에 학생들은 “엄연히 출석 통지서에 회의 장소를 공지하도록 돼 있다”며 “회의 장소를 알려주지 않는 것은 학생들이 자신의 행동을 소명할 수 있는 권리를 완전하게 보장하지 않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협의회 발족 당시 성낙인 총장은 학생들에게 사과하면서 기물 파손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학생들에 대한 형사 고발을 취하해 주기로 약속했지만, 이날까지도 학교 측은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서울대 측이 아직 고발 철회 의사를 밝힌 바 없다고 확인했다. 일부 학생 등은 학교 측이 형사 고발을 무기로 협의회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