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 겸 청년창업투자지주 대표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결정할 공론화위원회가 24일 출범함으로써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이 이제 산업용 전기료 인상으로 귀결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지난주에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산업용 전기 요금 체계 개편으로 전력 다소비형 산업 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산업용 전기 요금의 인상과 탈(脫)원전의 결정을 기정사실화하고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으로 읽혀서 주목된다.

에너지 정책은 고려할 문제가 너무도 많은, 전문적이고 복잡한 이슈다. 당연히 안전이나 환경의 문제뿐만 아니라, 석유 가격이 높고 외환보유액이 많지 않던 시절에는 우리의 국제수지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로 경제 전체의 안정성과도 직결된 문제다. 유가에 의해 좌우되던 무역수지의 위험에 조마조마하던 시절이 그리 오래 되지도 않았다. 에너지의 가격은 국제정치나 지정학적 위험에 의해서 언제든지 돌변할 수 있는 불확실성이 높은 품목이기도 하다.

특히, 원전을 탈피하고 액화천연가스(LNG) 등을 활용한 발전을 늘리면 석유나 가스의 국제 가격에 따라 전기 생산원가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은 매우 커진다. 국제수지의 변동성마저 더 확대되면 국가적 위험도는 증가한다. 따라서 에너지정책은 에너지나 환경을 넘어 금융·경제·산업정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정책 당국자들이 참여해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국가 전체의 위험과 경제의 불확실성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원전의 폐기가 종합적이고 면밀한 검토에 앞서서 기정사실화하듯 인식되는 것은 옳지 않다.

사실 여부를 떠나 전기료 인상 가능성은 경제의 불확실성을 너무 키우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의 직접투자액은 전년에 비해 크게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신고액 대비 실제로 집행된 도착액과의 격차가 사상 최대로 투자자들이 한국을 외면했다. 이는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정치적 불안이 가져온 불확실성 때문으로 해석된다. 여기에다 최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정규직화 압력, 그리고 친노동자 정권이라는 노동자들의 높아진 기대감으로 인해 노사관계의 불안이 예상되고 있어 많은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주저하거나 해외 이전을 결단하고 있다. 여기에 전기료 인상 가능성까지 더하면 경제의 불확실성 요인은 더욱 확대되는 것이다. 기업의 투자에 불확실성만큼 큰 적이 없다.

보스턴컨설팅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제조업 평균 생산원가가 2014년에 이미 미국을 뛰어넘었다. 우리의 생산원가를 더 높게 만드는 요소 중 대표적인 것이 에너지 가격이다.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 이후에 에너지 가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사해요 삼성’ 트윗으로 잘 알려졌다시피 각국의 국가 지도자들이 앞장서서 해외에 나간 공장의 귀환과 해외 투자 유치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인건비를 과하게 올려 놓은 정부가, 법인세 인상 가능성과 함께 전기료까지 올리겠다는 것은 한국에서 제조업을 하지 말라는 말과 다름없다. 공장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으로 급성장할 데이터센터나 대규모 전산센터의 위치도 전력 요금이 주요 원가 요인이다. 무엇으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분배만 있고 성장은 없는 불균형 경제정책의 국정 운영 계획이 아닌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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