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벌어진 미제사건, 살인사건 공소시효 폐지 후 새로 도입된 지문분석 기술로 검거

15년 만에 붙잡힌 ‘호프집 여주인 살인사건’의 범인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김후균)는 지난 2002년 12월 14일 서울 구로구 한 호프집에서 여주인을 살해하고 금품을 훔쳐 달아난 혐의(강도살인)로 장모(52) 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장 씨는 오전 2시 30분쯤 피해자 A(당시 50세) 씨가 운영하는 호프집에서 A 씨를 둔기로 수십 회 때려 숨지게 한 뒤 가게 2층 다락에 올라가 A 씨의 지갑과 딸의 신용카드 등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장 씨의 검거에는 살인사건의 공소시효 폐지와 지문 분석 기술 발전이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경찰은 현장 증거를 분석하고 몽타주까지 만들었지만 장 씨를 검거하지 못했다. 장 씨가 범행 이후 현장에서 수건으로 지문을 닦아버려 사건은 장기 미제로 남았다. 깨진 맥주병에서 장 씨의 오른손 엄지손가락 쪽지문이 발견됐지만 당시에는 이를 분석할 기술이 부족했다.

2015년 8월 1일을 기준으로 공소시효가 살아 있는 모든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일명 ‘태완이법’)으로 공소시효가 없어진 것을 계기로 서울지방경찰청 중요미제사건수사팀이 지난해 1월부터 이 사건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했다. 지문자동검색시스템(AFIS) 등 향상된 과학적 수사기법을 적용해 쪽지문을 분석한 수사팀은 현장 족적 등을 추가로 분석해 장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경찰은 지난달 26일 장 씨를 검거해 같은 달 29일 구속했다.

최근까지 택시기사로 일했던 장 씨는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했지만 조사 결과 계획적인 범행이었던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은 “당시 장 씨는 특별한 직업이 없는 상태에서 상당한 채무가 있었고 생활비가 부족하자 금품을 빼앗기로 마음먹고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며 “범행이 이뤄진 호프집을 2000년 8∼12월 자신이 운영한 바 있어 사정을 잘 알고 있으며, 밤늦게 손님이 많지 않고 늦은 시간에는 여자 업주 혼자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고 둔기를 준비해 손님으로 가장해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
민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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