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에이전트 ‘멘데스’ 의도적으로 탈세 도왔나?
스페인 축구계 脫稅 ‘시끌’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2·포르투갈)가 오는 31일(한국시간) 스페인 법정에 출두한다. 탈세 혐의 때문이다. 스페인 검찰은 지난달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 소속의 호날두가 세무당국을 속여 1470만 유로(약 192억 원)의 세금 납부를 회피했다고 기소했다. 이 때문에 호날두는 스페인 마드리드의 법원에서 판사들을 상대로 증언해야 한다. 스페인 축구계는 최근 탈세 논란으로 시끄럽다. 호날두 외에도 조제 모리뉴(54·포르투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과 라다멜 팔카오(31·AS 모나코)도 탈세 혐의로 스페인 검찰로부터 기소를 당했다. 팔카오는 혐의를 부인하다가 이달 중순 내야 할 세금에 이자까지 더해 820만 유로(107억 원)를 냈다.

호날두와 모리뉴 감독, 팔카오는 공통점이 있다. 에이전트 호르헤 멘데스(51·포르투갈)의 고객이라는 점이다. 멘데스는 지난해 9월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가 발표한 전 세계 프로스포츠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에이전트 랭킹 2위에 오른 소위 슈퍼 에이전트다. 멘데스는 호날두, 모리뉴 감독, 팔카오를 비롯한 수많은 축구 스타를 관리하고 있다. 에이전트 랭킹 1위 스콧 보라스(67·미국)가 미국 프로야구에서 ‘선수에게는 천사, 구단에는 악마’라고 불리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면, 유럽 축구에서는 멘데스가 발언 한 번으로 이적시장을 들썩이게 한다.

이처럼 유럽 축구를 휘젓고 있는 멘데스라도 법 앞에서는 일반인과 다르지 않다. 고객들이 탈세 혐의에 시달리면서 멘데스의 골머리가 아프게 됐다. 멘데스가 의도적으로 고객들의 탈세를 도운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멘데스는 “고객들에게 재무·회계·법률적 조언과 관련 있는 어떤 서비스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거나 제공한 적이 없다”며 부인했지만, 믿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일반적으로 에이전트는 고객의 모든 것을 돕는다. 호날두와 모리뉴 감독 등이 표면에 나설 수 없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멘데스는 재무·회계·법률적 조언이 없다고 하지만, 해당 업무와 연관된 회사를 소개하는 건 에이전트의 몫이다.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한 에이전트는 “회계 처리를 직접 해주지는 않지만, 회계사 등을 통해 에이전트가 간접적으로 돕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귀띔했다.

멘데스와 호날두의 인연은 15년, 모리뉴 감독과는 13년이 됐다. 호날두와 모리뉴 감독의 인생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적, 첼시 사령탑 부임 등을 멘데스가 이뤄냈다. 친밀해지는 건 당연하고, 많은 비밀을 공유한다. 호날두는 지난 2015년 멘데스에게 생일 선물로 그리스의 섬을 구매해 친밀도를 과시했다. 해당 섬에 대한 구체적인 가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소 340만 달러(약 38억 원)는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선물을 증정했다. 멘데스가 고객들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나서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멘데스가 관리하는 호날두, 모리뉴 감독, 팔카오, 그리고 이들에 앞서 유죄 처분을 받은 앙헬 디 마리아(29·아르헨티나)의 탈세 방법은 모두 같다. 초상권 수입에 대한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버진아일랜드, 아일랜드 등의 페이퍼 컴퍼니를 사용한 것. 스페인에서 초상권 수입에 대한 세금은 43.5%이지만,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해 법인세만 내면 스페인 세금의 절반도 되지 않는 돈으로 처리할 수 있다. 법인세가 다른 곳에 비해 높다는 아일랜드도 12.5%에 불과하다. 게다가 탈세 혐의에 시달리는 이들이 이용한 페이퍼 컴퍼니 중 하나는 멘데스의 조카가 대주주다. 고객들의 탈세와 무관하다는 멘데스의 주장이 무색한 이유다.

스페인에서 탈세가 많아진 것은 외국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만든 일명 ‘베컴 법’이 폐지됐기 때문이다. 2003년 스페인 정부는 외국인 사업자의 경우 25%의 세금만 부과하게 했다. 축구 선수들은 세법상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데, 2003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데이비드 베컴(42·영국)이 혜택을 받아 베컴 법으로 불렸다. 호날두와 모리뉴 감독, 팔카오 등도 해당법의 혜택을 받았지만, 2014년 12월로 베컴 법이 폐지돼 탈세의 유혹에 흔들린 것으로 풀이된다. 호날두는 1470만 유로, 모리뉴 감독은 330만 유로(43억 원), 팔카오는 560만 유로(73억 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멘데스는 지난달 27일 팔카오의 탈세와 관련해 스페인 법정에 출석했다. 멘데스는 팔카오의 560만 유로 탈세에 대해 “난 모르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팔카오도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탈세했다는 사실을 부인했지만, 끝내 혐의를 인정하고 돈을 모두 냈다. 멘데스의 증언 자체가 신뢰받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다. 멘데스의 위기는 끝이 아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멘데스는 호날두, 모리뉴 감독의 재판에도 출석할 전망이다.

이외에도 멘데스의 고객 하메스 로드리게스(26·콜롬비아), 디에고 코스타(29), 필리페 루이스(32·이상 스페인)도 탈세와 관련해 스페인 국세청의 조사를 받고 있다. 로드리게스는 2014년부터 올해까지, 코스타는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루이스는 2005년부터 2014년까지, 그리고 2015년부터 올해까지 스페인에서 활동했다. 해당 선수들의 혐의가 모두 유죄로 결론 내려지면 멘데스의 명성과 입지가 흔들리는 건 시간문제다. 스페인 검찰이 멘데스를 향해 칼을 뽑는 건 당연한 순서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
허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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