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학기 초인 3∼4월이 되면 많은 신경이 쓰입니다. 학생부를 담당하고 있다 보니 학생들 간 다툼이나 학교폭력 등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죠. 다양한 이벤트나 행사 등을 통해 학교폭력에 대해 학생들이 스스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경북 의성군 비안면에 있는 경북중부중학교는 지난해 문을 연 기숙사형 학교다. 인근 지역의 학교 3∼4곳이 통합해 만들어진 학교인데, 학생 수가 적어 통합 개교한 탓에 전교생이 67명에 불과하다. 이 학교에서 체육 과목을 지도하고 있는 김양구(39) 교사는 다른 교사보다 학교폭력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지도해 나가는 학생부를 맡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감수성이 예민한 때인 중학교 학생들이 집이 아닌 기숙사에서 다 함께 생활하다 보니 예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이런저런 소소한 사고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올해 이 학교로 부임하기 전까지 김 교사는 중부중학교로 통합되기 전의 한 작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했다.
“이전 학교에 있었을 때는 아이들이 서로 집안까지도 아는 사이들이고 해서 다툼이나 싸움 같은 게 없었어요. 그런데 인근 지역 학교 몇 곳이 통합되고 학생들이 집을 나와 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다 보니 좀 달라지더라고요. 스스로 민주적인 학교생활을 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전혀 문제가 없는 학생들인데도 기숙사 생활 등으로 인해 문제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일주일 내내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는 데다, 방과 후 학습 등으로 저녁 9시 30분까지 교실에 있다가 기숙사로 이동하는 생활이 반복되면서 스트레스도 쌓였을 것이다.
그래서 김 교사가 고안해 낸 것이 바로 ‘산수유 마을 트레킹’이다. 경북중부중은 지난해 인근 지역인 사곡면의 산수유 축제에 맞춰 트레킹을 다녀왔다. 의성의 산수유 꽃 축제는 3∼4월에 개최된다. 그런데 산수유 축제가 열리는 사곡면은 이 학교와 지리적으로 정반대에 있다. 걸어서 왕복 2시간 정도는 잡아야 한다.
“지난해에는 축제 기간에 맞춰 학생과 교사들이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 가벼운 산책 개념으로 트레킹을 했었죠. 이걸 올해에는 그냥 단순한 ‘시간때우기’ 행사가 아니라 학생들이 한 번이라도 뭔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행사로 만들어 보자고 기획한 겁니다.”
김 교사는 산수유 마을 트레킹 행사를 학교폭력 예방 행사로 바꿨다. 학생들 스스로 학교폭력 예방에 대한 팻말도 만들고, 표어도 만들었다. 상품권을 경품으로 내걸어 멋진 팻말이나 표어를 지은 학생들에게 상품을 나눠주기도 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좋았다.
“지난해에는 2시간 정도 걷는다고 하니 싫증을 내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올해는 상품권도 나눠주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니 호응이 있었습니다. 자기들끼리 팻말 준비도 하고, 표어도 만들고 하면서 학교폭력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스스로 한 번은 느껴보는 시간이 됐다고 하더군요.”
김 교사는 학생들의 반응이 좋아 내년에도 계속 행사를 이어갈 생각이다. 여건이 된다면 이 행사를 좀 더 키워 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제가 2007년 처음 교사로 부임했는데, 공과대학에 진학했다가 적성에 안 맞아 시간만 낭비한 뒤 군대에 가서 군 선·후임들의 조언을 듣고 교사가 돼야겠다는 꿈을 뒤늦게 갖게 됐습니다. 그래서 대학을 자퇴하고 사범대학에 다시 입학해 교사가 됐죠. 제 경험을 아이들에게 들려줬으면 좋겠네요. 중학교나 고등학교 때부터 자기 적성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하는 저의 바람을 아이들에게 얘기해 주고 싶습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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