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꺼리는 레인서 대기록
역대 韓 여자선수중 최고 성적
박태환 잇는 차세대 스타 우뚝
‘수영 여제’ 러데키 13번째 金
안세현(22·SK텔레콤)이 ‘8번 레인의 기적’을 연출하며 또다시 한국 여자수영의 새역사를 썼다.
안세현은 28일 오전(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접영 200m 결승에서 8번 레인을 배정받고도 역영을 펼쳐 2분 06초 67의 한국 신기록으로 4위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맥도널드 퀸즐랜드 챔피언십에서 세웠던 자신의 종전 최고 기록(2분 07초 54)은 물론, 최혜라가 2010년 전국체전에서 달성한 한국 기록 2분 07초 22를 7년 만에 0.55초 앞당긴 놀라운 레이스였다.
안세현은 또 아쉽게 시상대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4위를 차지해 지난 25일 여자 접영 100m 결승에서 57초 07로 한국 신기록을 수립하며 세웠던 한국 여자 선수 세계선수권 역대 최고 성적(5위)을 사흘 만에 갈아치웠다. 안세현 전까지 세계선수권 결승에 오른 한국 여자 선수는 2005년 캐나다 몬트리올 대회 여자 배영 50m에 출전한 이남은(8위)이 유일하다.
안세현은 전날 준결승에서 8위(2분 07초 82)를 차지해 턱걸이로 결승에 올랐다. 준결승 성적에 따라 안세현은 8번 레인을 배정받아 힘겨운 결승 레이스를 예고했다.
수영에서는 기록에 따라 4-5-3-6-2-7-1-8번 순서로 1위부터 8위까지 레일을 차별적으로 배정받는다. 양쪽 사이드인 1번 레인과 8번 레인은 선수들이 가장 꺼리는 레인. 물살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옆 선수에 의해 발생하는 물살은 물론이고 벽에서 부딪쳐 나오는 물살의 영향도 받아 그만큼 체력소모도 크다. 여기에 다른 선수들의 레이스를 살피기 어려워 페이스 조절이 쉽지 않은 위치.
안세현은 하지만 8번 레인에서 첫 50m 구간을 8명 중 가장 빠른 28초 20으로 통과하며 기세를 올렸다. 기쁨도 잠시. 8번 레인에 대한 우려는 곧 현실로 나타났다. 안세현은 100m 구간에서 32초 76으로 주춤하며 4위로 처졌다. 하지만 안세현은 놀라운 투지를 발휘하며 5위권 선수들의 추격을 따돌리며 결승패드를 터치했다. 안세현은 카틴카 호스주(헝가리·2분 06초 02)와 불과 0.65초 차이로 아깝게 동메달을 놓쳤다.
이날 안세현의 ‘8번 레인 질주’는 2011년 박태환(28·인천시청)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박태환은 당시 중국 상하이 세계선수권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최외곽인 1번 레인을 배정받았지만, 초반부터 선두로 치고 나가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안세현은 이날 8번 레인에서 역영을 펼치며 박태환을 잇는 한국 수영의 슈퍼스타라는 평가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안세현은 이번 대회에서 접영 100m와 200m 모두 결승에 올라 단일 세계선수권 두 종목 이상 결승에 진출한 최초의 한국 여자 선수가 됐다. 또 두 종목 결승에서 모두 한국 신기록을 작성하며 내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물론, 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수영 첫 메달 획득 가능성을 높였다. 안세현은 “처음으로 출전한 접영 200m 결승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 만족한다”며 “다가오는 전국체전(10월)에서 더 나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수영 여제’ 케이티 러데키(20·미국)는 여자 계영 800m 결승에서 자신의 세계선수권 통산 13번째 금메달을 획득했다. 러데키는 전날 자유형 200m에서 은메달에 그쳤고, 이는 러데키가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1위를 하지 못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계영 800m 우승으로 아쉬움을 달랜 러데키는 자유형 400m, 계영 400m, 자유형 1500m 등 이번 대회 4관왕에 올랐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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