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인간 / 후스크밋나운 그림 / 북레시피

“어느 날 새로운 그림을 구상하기 위해 평평한 종이 한 장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을 때 문득 종이 접기 드로잉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종이 한 귀퉁이를 접어 그 위에 그림을 그리면 어떤 모양이 될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휴지통에 점차 많은 종잇장들이 쌓여갔고 결국 나는 식탁에서 3D 드로잉 기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한국에서도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덴마크 그래픽 아티스트 후스크밋나운(42)의 흥미로운 종이 작업이 시작된 이야기다. ‘종이인간’은 후스크밋나운이 종이와 펜만 가지고 만든 재치 있는 작품들을 수록한 작품집이다.

작가는 종이를 구기고, 찢고, 말고, 그 위에 그림을 그려 입체적인 그림으로 만들어 낸다. 구겨진 종이는 파도가 되고, 아직 다리지 않은 천이 되고, 하늘에 뜬 구름이 된다. 접고, 말고, 때론 겹치는 별것 아닌 작업으로 원근감이 살아나는 것을 보면 놀랍다. 뱅크시 등 많은 그래픽 아티스트들이 그렇듯 후스크밋나운도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다. 이름도 가명으로 덴마크어(huskmitnavn)로 ‘내 이름을 기억해 주세요’라는 뜻이다. 1990년대 건물 벽화로 활동을 시작해 2001년 후스크밋나운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지금은 유명 갤러리들이 앞다퉈 모셔 가려는 대형 작가 반열에 올랐다.

그는 ‘종이인간’ 한국판에 이 작업은 “다른 성격의 예술 작품을 만드는 중간중간에 내 아이들이 이를 닦는 짧은 시간에 그리고 저녁 시간에 재미도 없는 TV를 보는 대신, 한 장의 종이 위에 상상의 날개를 펼친다”고 했다. 아이디어를 내고 완성하기까지에는 보통 한 시간 정도.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려고 노력하며 가능한 한 가위나 테이프를 사용하지 않으려 애쓴다고도 했다.

이유는? 그래야 모두가 쉽고 재미있게 생각하며 동참할 수 있을 테니까. 재료는 휴대하고 다니기 쉬워 호텔 객실이나 공항, 그 밖의 어디에서든 시간이 날 때면 바로 작업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의 작품은 말한다. 종이와 펜, 이 두 개만 있으면 충분해. 160쪽, 2만5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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