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경(55)-최유희(32) 모녀는 의기투합해 지난해 말 화장품 회사를 차렸다. 마스크팩을 전문으로 생산 판매하는 ㈜유희코에서 딸 최 씨가 대표를, 어머니 송 씨는 상임감사를 맡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의 유희코 사옥에서 모녀를 만났다. 모녀가 한 회사를 꾸린 데에는 ‘골프’가 톡톡히 가교 역할을 했다.
모녀에게는 남편이자 아버지의 역할이 컸다. 국내 한 그룹의 계열사 대표를 맡고 있는 최 대표의 아버지는 국내에서 알아주는 바이오전문가였고, 골프광이었다. 최 대표는 아버지가 예전부터 골프 치고 다녀오면 얼굴에 뭔가 났고, 얼굴에 열상까지 입은 모습을 자주 봐왔던 것. 아버지의 고충과 함께 조언을 듣고 마스크팩을 만드는 화장품 회사를 창업하기로 했다.
최 대표는 아버지를 따라 어려서부터 골프를 자연스레 배웠고, 송 감사 역시 남편과 함께 20여 년 전부터 골프장을 다녔다. 피부관리에 누구보다 관심이 높은 여자이고, 골프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공통점 덕에 마스크팩에 관심을 둘 수 있었다.
송 감사는 동화작가였고, 최 대표는 영국 유학을 마치고 롯데그룹 미래전략실에 근무하던 재원이었다. 최 대표는 좋은 직장을 버리고 어려운 길을 택한 이유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만들어 나가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송 감사 역시 “딸의 결심을 이해하면서 함께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전했다.
최 대표는 대기업 근무 경력 6년만 갖고 창업하기가 쉽지 않았다.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사표를 던진 후, 지난해 11월 자신의 이름에 화장품을 뜻하는 ‘유희코’로 간판을 내걸었다. 후발 주자로서 제품 개발이 관건이었지만 바이오 전문가인 아버지와 여자들의 마음을 아는 어머니가 회사 감사로 참여해 함께 도왔다. 바이오 신소재 기술력을 갖고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려고 접근한 게 화장품이었다. 골프장을 자주 다녔던 아버지의 아이디어를 접목했던 게 ‘아이스 티 트리’로 불리는 마스크팩 제품. 박하 성분이 쿨링 작용에 영향력을 미치고 티 트리 성분이 진정효과가 있다는 설명. 애칭이 ‘빙수팩’으로 불리는 이 팩은 상온에서 높아진 피부 온도를 8도나 낮춰 주기에 레저 스포츠, 특히 골프를 하면서 햇볕에 노출돼 자극된 피부를 진정시켜 주는 역할을 해 노화 방지에도 좋다고 강조한다.
최 대표는 골프 천국 영국 런던에서 유학하던 때 친구들과 골프장을 몇 차례 나가기도 했다. 영국은 축구와 크리켓의 나라였지만 도심 곳곳의 공원에서는 간이 골프채로 그물망을 쳐놓고 골프를 즐기는 이들도 많았고 친구들과 호기심에 몇 번 쳐 본 적도 있다. 2011년 유학을 마치고 6년 동안 롯데그룹 미래전략실에서 컨설팅 업무를 해오면서도 주말이면 어김없이 가족들과 골프를 즐겨왔다. 팔이 길어 골프하기 좋은 체격조건을 타고난 최 대표는 싱글 핸디캐퍼인 아버지에게 골프를 배워 스윙 폼도 예쁘다. 드라이버샷은 시원시원하게 치는 편으로 비거리도 200야드를 찍을 때가 많다. 잘 맞는 날이면 어쩌다가 89타나 88타도 치기도 했다. 쇼트게임에서 늘 한계를 보이며 주로 90대 스코어를 넘길 때가 많다.
송 감사는 골프 구력이 15년을 넘는다. 한때 드라이버로 200야드를 보낼 만큼 장타를 날리기도 했다. 남편이 장타 비법을 알려줘 딸과 비슷한 거리를 낼 수 있었다는 얘기. 하지만 장타는 나오지만, 역시 쇼트게임에서 타수를 많이 잃는 편이다. 들쑥날쑥한 스코어를 보자 남편이 “퍼팅만 제대로 해도 스코어가 좋아질 것”이라며 몇해 전 ‘맬릿형’ 퍼터로 바꿔줬다.
최 대표가 개발한 스포츠팩 외에도 마스크팩은 용도와 가격대에 따라 3∼4가지가 더 있다.
고가의 마스크팩은 시트를 단백질로 만들어 얼굴에 부착했을 때 스스로 줄어드는 ‘타이트닝 효과’와 팽팽히 당겨주는 ‘리프팅 효과’가 탁월하고, 해외시장을 겨냥해 중국이나 중동수출용으로 금가루를 사용한 프리미엄 제품군도 있다. 일명 ‘쫀득이 팩’으로 불리는 마스크 픽서는 휴대와 사용이 간편해 인기가 높다.
최 대표는 주민등록증 받는 날 곧바로 기념으로 헌혈을 했고 장기기증 서약까지 할 만큼 거침없는 성격이다. 송 감사는 “유학 갈 때 딸이 선물이라며 그동안 모은 헌혈증서와 장기기증서약서를 건네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골프를 쳐 보니 심신을 건강하게 해주는 매력 많은 운동인 것 같다”고 말했다. 라운드 중간중간 여유로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에 파트너와 교류하고 교감할 수 있는 유일한 운동이라고 정의했다.
송 감사는 “평탄한 페어웨이만 가면 골프도 인생처럼 무덤덤해질 수 있지만 순간 방심하면 때론 벙커나 해저드에 빠질 수도 있기에 나름대로 긴장하며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것 같다”며 “변화를 주는 것도 살아가는 재미를 찾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골프는 가을이나 봄에 치는 게 최고의 맛이지만,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에는 그늘집에서 땀을 식히는 묘미도 있다”고 골프예찬을 펼쳤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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