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혁신선언문 발표 취소… 내부 진통

“우파가치 外 서민경제도 넣자”
“좌파 민중주권론과 차이 뭐냐”
혁신委, 정체성 등 놓고 충돌

28일 오전으로 예정돼 있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의 ‘혁신 선언문’ 발표가 돌연 취소됐다. 표면적인 이유는 혁신위원들 간에 입장 정리가 덜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민 중심 경제’ 등의 문구를 혁신 선언문에 넣는 문제를 두고 혁신위원 간에 강한 의견 충돌이 빚어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혁신 방향을 두고 내부 갈등이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당 혁신위는 이날 오전 9시 30분으로 예정됐던 혁신 선언문 발표를 잠정 연기했다. 이옥남 혁신위 대변인은 그 이유에 대해 “선언문의 일부 내용에 대해 혁신위원 간 입장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혁신위원들은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밤샘 토론을 벌였지만 끝내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혁신위원들은 ‘서민 중심 경제’라는 용어를 혁신 선언문에 넣을지를 두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 선언문 최종안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같은 기존의 보수 우파적 가치만 담기자 최해범 혁신위원이 “선언문에 ‘서민 중심 경제’라는 문구를 넣자”고 주장했고, 이에 다른 한 위원이 “서민 중심 경제 노선이면 (좌파진영에서 주장하는) ‘민중주권론’과 무엇이 다르냐. 대기업은 다 배제되는 것이냐”며 맞선 것이다.

최 혁신위원은 “당의 기본 이념이나 안보 문제 등에서는 큰 이견이 없었는데, 혁신 선언문에 너무 기존의 정체성만 담기는 것 같아서 ‘좀 더 서민 중심의 서술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문제를 제기했다”며 “이 과정에서 다른 위원이 이를 정체성 문제로까지 연결해 논란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혁신위는 이번 혁신 선언문 발표 연기가 혁신위원들 간 갈등으로 비치는 것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또 다른 혁신위원은 “서민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 경제라는 게 꼭 누구를 위한 경제는 아니니까 특정 대상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자는 의견이 있었던 것”이라며 “회의가 민주적으로 이뤄지고 있을 뿐 혁신위 내부에 갈등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혁신위는 또 최근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론에 대해서도 결론을 못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위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거취에 대한 표현이 혁신 선언문에 담길 것 같지는 않지만, 여러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병철·이은지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