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훈령에 배심원단 규정없어
불명확한 법적지위 등에‘영향’
정부에 결정권한 돌린 모양새
손해배상책임도 면하려 한듯
“공론화委, 선택적 대안 제시”
‘전문가 추가논의’도 열어둬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27일 “공론조사 결과는 (정부에 대한) 권고안일 뿐”이라며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중단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발 물러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출범 전후로 불거진 △법적 근거 부족 △대표성 결여 △손해 배상 책임 등 문제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와 공론화위 간 ‘책임 떠넘기기’를 둘러싼 혼선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의견 교환을 이뤘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희진 공론화위 대변인은 이날 2차 회의 브리핑에서 “공론조사는 찬반 의견을 확인하는 게 아니라 공론조사 참여자의 의견 변화 과정을 조사하고 일정한 합의안을 만들어 정부에 권고하는 방식”이라고 공론화위의 역할을 축소했다. 시민배심원단에 대해서도 “위원회의 취지에 맞지 않고 배심원들이 (공사 재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라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용어 대체를 시사했다. 이는 공론화위가 구성하는 시민배심원단이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의 최종 결정을 내리면 “그대로 정책으로 수용된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과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다.
공론화위가 이같이 ‘최종 결정’에서 ‘권고’ 수준으로 공론조사 결과의 위상을 낮춘 데는 법적 지위와 권한이 불확실하다는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공론화위를 구성하면서 총리 훈령으로 법적 근거를 만들었지만, 시민배심원단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즉각 야당 등을 중심으로 “법적 근거도 부족한 기구에서 국가 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좌지우지해서야 되겠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를 의식한 듯 김지형 공론화위원장은 지난 24일 “(신고리 5·6호기의) 최종적 정책 결정은 정부 부처나 입법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공론화위는 공론조사의 결론을 권고 수준으로까지 해서 정책 결정의 법적 권한을 정부에 돌리는 모양새를 취한 상황이다.
공론화위는 이로써 국민 대표성 문제와 손해 배상 책임의 문제도 피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론화위원인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27일 회의에서 “공론조사 결과는 찬반 의견을 확인하는 게 아니라 선택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공론화위는 10월 21일까지 활동 기간을 잡았지만, 이후 전문가 등 추가 논의를 할 수 있는 방안도 열어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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