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 리뷰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활력에
탄탄한 기량의 가창 어우러져
알펜시아 뮤직텐트 1000석메워


건강염려증에 걸려 웃음을 잃은 왕자를 본 왕의 장탄식이 무거운 분위기를 자아낸지 얼마 후, 관객석에선 돌연 웃음이 터졌다. 넘어질 뻔한 마녀를 보고 예상치 못한 웃음을 터트린 왕자가 우스꽝스럽게 하하하하 노래를 연신 불러댔기 때문. 그러다 분개한 마녀가 왕자에게 세 개의 오렌지를 찾아 여행에 나서도록 저주를 걸면서 분위기는 또다시 반전됐다.

쉴새 없이 전개되는 드라마 속에 비극과 희극, 멜로, 코믹 등이 어우러진 러시아 작곡가 프로코피예프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사진)이 지난 29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에 마련된 무대에서 한국 초연됐다.

제14회 평창 대관령 음악제의 최고 기대작답게 수준 높은 무대를 선보인 이 작품은 18세기 창단된 마린스키 오케스트라가 뿜어내는 활력넘치는 소리와, 탄탄한 기량을 가진 마린스키 오페라 가수들의 가창이 어우러져 러시아 오페라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평이다. 극작가 카를로 고치의 동화를 프로코피예프가 오페라로 만든 이 작품은 결국 왕자가 마녀의 방해를 물리치고 세 번째 오렌지 안에서 발견된 공주와 결혼하게 된다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이날 무대를 채운 출연진만 해도 국립합창단까지 138명에 달할 정도의 대규모여서 이들이 뿜어내는 음악은 알펜시아 뮤직텐트 1000석을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작품 곳곳에 수준 높은 풍자까지 숨겨져 있었다는 점이 또 다른 특징. 중간중간 비극작가와 희극작가, 괴짜, 서정시인들이 끼어들어 상황을 설명하거나 논쟁하는 것은 기존 오페라의 진부함을 음악적으로 고발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다채로운 연주로 극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오케스트라는 이번 공연의 포인트 중 하나다. 갓 서른을 넘긴 지휘자 조르벡 구가에브는 국내에서 다소 낯선 인물이었지만 이번 공연으로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이번 공연은 정식 오페라 공연이 아닌 콘서트 버전으로 진행됐다. 박제성 클래식평론가는 “소수의 주연이 이끌어가는 게 아니라 15명 가까이 출연하는 작품인 만큼 오히려 무대 연출 없이 콘서트 형식으로 관객에게 보여준 것이 전달력을 높였다”고 평했다.

평창 =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인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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