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음악제서 25년만에 재회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연주
“작품 완성위해 평생 몸부림”
“젊었을 때 연주도 기가 막혔는데 지금은 그의 피아노에서 예전보다 훨씬 인간적인 소리가 나더라구요. 그 소리에 반응하는 데 1초도 걸리지 않았어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69·사진 왼쪽)는 지난 28일 강원도 평창 대관령 음악제에서 세계적 피아니스트 스티븐 코바체비치(77·오른쪽)와 25년만에 한 무대에 선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두 거장은 이날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G장조 78번’을 연주한 후 이튿날 가진 인터뷰에서 한 목소리로 만족감을 표했다. “언어에 비유하자면 사투리 없이 모국어를 말하듯 자유롭고 유창한 연주”(코바체비치) “백 퍼센트, 만 퍼센트 음악”(정경화)이었다는 것. 이날 공연은 일찌감치 600석이 전석 매진돼 뜨거운 인기를 방증했다. 개성 강한 두 연주자가 좋은 무대를 위해 서로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타협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이들은 뒷 얘기를 털어놨다. “곡에서 3악장 준비할 때 서로 생각했던 박자가 달라서 결정하는 게 힘들었지만 결국 둘 다 동의하는 지점을 찾아냈다”는 게 코바체비치의 설명.
이는 만족할 수 있는 연주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점검하는 두 노장의 치열함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코바체비치는 이날 피아노에 최대한 몸을 밀착시킨 상태에서 연주하기 위해 의자 다리를 8cm가량 잘라달라고 주최 측에 부탁하는가 하면 공연 시작 직전까지 조명의 밝기를 조정했다. 정경화는 “저에게도 코바체비치에게도, 음악에 완벽함이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평생 만족할만한 도자기를 만들지 못해 호숫가를 채울 정도의 도자기를 깨버린 후, 결국 자신이 가마니에 들어가 작품을 완성한 장인의 예를 든 그는 “저 역시 그 아름다운 도자기 하나를 빚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평생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 =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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