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아카이브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는 김추자의 의상, 포스터, 음반, 릴테이프 등(위)과 평화를 사랑하는 무슬림 문화와 여성 이미지를 표현한 아라마이아니의 작품 ‘상처 여미기’.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아카이브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는 김추자의 의상, 포스터, 음반, 릴테이프 등(위)과 평화를 사랑하는 무슬림 문화와 여성 이미지를 표현한 아라마이아니의 작품 ‘상처 여미기’.
‘아시아의 디바’展

김추자(66)는 한국 여성 가수 최초로 솔과 사이키델릭 스타일의 노래를 불렀다. 1969년 ‘늦기 전에’로 데뷔하여 ‘님은 먼 곳에’(1969), ‘거짓말이야’(1971)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으며, 당대 최고의 섹스심벌로 일컬어졌다.

수많은 곡이 대히트를 하며 “담배는 청자, 노래는 추자”라는 슬로건이 유행할 만큼, 인기를 얻었던 김추자 특유의 관능적인 음색, 의상, 퍼포먼스가 지닌 실제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있는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관장 최효준)에서 한국 대중문화사에 큰 자취를 남긴 1960∼1970년대 디바의 목소리를 통해 베트남 전쟁, 아시아 경제 개발 상황, 히피문화와 아폴로 11호 달 착륙 등 전 지구적 문화의 격변기 한가운데서 태동한 한국과 아시아 대중문화의 서사와 변화들을 살펴보는 전시 ‘아시아 디바: 진심을 그대에게’전이 열리고 있다.

당시 한국은 ‘군사독재’ ‘산업화’ ‘대중문화’와 같은 다양한 표제어로 기억되는 격동의 시대였다. 그리고 식민의 경험을 공유하는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들 역시 조금의 편차는 있지만 유사한 역사적 궤도 위에 놓여 있었다.

이러한 자장 안에서 이번 전시는 폭력과 억압에 의해 ‘퇴폐’로 낙인찍힌 하위문화와 가부장적 군부문화 속에서 소외되었던 여성과 타자들의 목소리에 주목하며 이를 김추자, 한대수 등으로 대표되는 1960∼1970년대 한국의 대중문화 아이콘과 동남아 대중문화의 프리즘을 통해 제시한다. 전시에서 주인공은 무대에서 주목받는 디바가 아니다. 그들은 잊히거나 소외된 이들로 특히 남성 중심 사회에 조금씩 ‘균열’을 냈던 여성들이다.

오는 10월 9일까지 계속될 이번 전시에서 한국 여가수 최초로 솔과 사이키델릭 스타일의 노래를 불렀던 김추자의 경우, 그가 당시 입었던 의상과 음반·사진·영상·미공개 음원 등이 공개됐다.

카자흐스탄 문화기관인 고려극장이 배출한 방 티마라의 삶과 음악을 조명하는 김소영의 영상 ‘고려극장’(2017), 1950년대 뛰어난 재능에도 사회의 혐오와 멸시를 받았던 여성국극 관련 정은영의 아카이브(2017) 등도 전시된다.

전쟁의 침략자이자 희생자인 일본 여성의 존재를 파고드는 작가 요시코 시마다의 ‘배너 오프 디스어피어런스’(2016)와 무슬림 여성들과 함께 실크 천으로 알라를 재현한 인도네시아 작가 아라마이아니의 ‘상처 여미기’(2006)도 흥미롭다. 동두천 낙검자(성병 감염인) 수용소를 소재로 한 덴마크 설치미술가 제인 진 카이젠의 영상 ‘몽키하우스’(2017)도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이와 함께 박서보, 이승조, 하종현, 한묵, 천경자, 김구림 등 원로 작가들의 1960∼1970년대 작품도 별도 전시장에 마련됐다.

최효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장은 “남성 중심사회에서 타자가 된 여성의 삶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시”라며 “베트남 전쟁을 전후한 시기를 다루는 이번 전시를 통해 독재정권과 견고한 남성중심의 사회체제 내 이들이 만들어낸 균열의 틈 속에서 소외되고 잊어진 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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