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9일 긴급 국가안보회의 전체회의에서 “동북아 안보 구도에 근본적 변화의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한 것은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물론 문 대통령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그런 표현을 했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그러나 사드 발사대 4기 즉각 배치와 함께 대북 독자제재까지 검토하도록 지시한 것은, 기존의 문 정부 대북 정책에 비춰볼 때 상당한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문 대통령이 그만큼 북한의 이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문 대통령의 이런 인식은 일단 바람직해 보인다. 한·미 정상회담이나 베를린선언 이후에도 대북 대화에 연연하던 모습과는 달라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28일 밤 지난 1차 도발 때에 비해 고도가 900㎞가량 향상된 ICBM 도발을 감행한 것은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ICBM이 완성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동북아 안보의 게임 체인저로 볼 수 있다. 문 정부는 이제 이런 인식의 변화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 새 정부 대북 정책의 정상화를 의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베를린 구상의 동력이 상실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런 냉온탕식 접근으로는 북한의 도발을 저지할 수 없다. 현 국면은 국가안보적 위기 상황인 만큼,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베를린 구상 등은 접고 레짐 체인지까지 준비하는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중국이 북핵 해결에 역할을 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버리고, 미국 주도의 국제 대북제재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북한으로 하여금 핵·미사일을 포기하지 않으면 체제 생존이 어렵다는 것을 자각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북한의 ICBM 완성으로 미국의 확장억제전략 실행이 어려워질 것을 대비해 미국의 전술핵 재반입이나 전략자산 상시배치가 필요하다. 중국에 대해선 북핵 해결 때까지 ‘한시적 조건부’임을 분명히 하면 된다.

안보를 요행에 기댈 순 없다. 이도 저도 어려울 경우, 독자적 핵 개발도 검토하는 등 ‘공포의 균형’ 확보에도 나설 필요가 있다. 국민에게 고통 감내도 호소해야 한다. 문 대통령부터 낭만적 대북관을 접고, 결연한 의지로 무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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