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규 서울대 교수 경영학

국내 2호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지난 27일 출범 후 4일 만에 가입자 수 82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 3월 출범한케이뱅크와 비교해도 신규 고객 유치 속도가 8배 이상으로 빠르다. 카카오뱅크가 어느 정도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기존 금융권에서는 충격을 감출 수 없는 상황이다.

시장에 등장하는 신규 진입자는 항상 기존 경쟁자들이 대응하기 힘든 곳부터 공격한다. 카카오뱅크 역시 은행권 최저 수준인 마이너스통장 대출금리와 해외송금 등 각종 수수료를 파격적으로 내렸다. 카카오뱅크는 직장인에게 연 2.86% 금리로 1억5000만 원 한도까지 신용대출을 해주는 서비스와 5000달러 이하 해외송금에 대해 5000원이라는 파격적인 수수료를 내세워 기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대출금리만 놓고 보면 시중은행 평균인 3.5∼6.5% 수준보다 파격에 가까울 정도로 낮으며, 먼저 출범한 케이뱅크(3.56%)와 비교해도 20% 정도 낮다. 특히, 해외 송금 수수료는 시중은행 대비 거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기존 금융권에서는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겠지만, 그들의 희망과는 달리 카카오뱅크는 한국 금융시장에서 파괴적 빅뱅을 일으키는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1995년 클레이턴 M 크리스텐슨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미 성숙한 시장이라도 기존 대비 혁신적인 가격 경쟁력을 갖춘 대체 상품이 등장하면 기존 시장 판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현상을 소개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기술이나 신제품이 등장해서 기존 기업들이 미처 대응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불과 몇 달 또는 몇 년 사이에 기존 시장을 빠르게 대체하는 ‘파괴적 빅뱅’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스마트폰에 장착하는 도로안내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해서 전통적인 GPS 방식 내비게이션 시장을 순식간에 대체시킨 것 역시 대표적인 파괴적 빅뱅 현상이다.

파괴적 빅뱅이 발생하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모든 기반 조건이 갖춰진 상태에서 신제품 또는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는 경우다. 둘째, 기존 경쟁자 대비 새롭게 등장한 경쟁자의 가격 경쟁력이 혁신적으로 높아서, 기존 고객들이 새로운 시장으로 이동하는 불편을 기꺼이 감내하는 경우다. 마지막으로는, 새롭게 창출되는 시장의 가격 경쟁력이 비슷하거나 약할지라도 기존 시장에 있던 중요한 불편 요소들을 혁신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경우다.

기존 금융권이 카카오뱅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번에 출범한 카카오뱅크가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데 있다. 카카오뱅크는 이미 4200만 명 이상이 가입한 소셜네트워크와 5G 속도의 통신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가격 경쟁력 역시 기존 대비 가공할 정도로 높다. 기존 은행들이 가지고 있던 높은 문턱을 혁신적으로 낮춰서 금융 서비스의 불편 요소 대부분을 제거했다. 이런 의미에서 카카오뱅크가 현재 일으키고 있는 돌풍은 파괴적 빅뱅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에 불과하다.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는 것은 해당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 관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카카오뱅크의 출범이 한국 금융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고, 지난 50년 동안 풀지 못했던 세계 시장 진출이라는 숙제를 마무리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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