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헌의회 선거’ 강행

반정부시위 격화… 곳곳서 충돌
거리서 사제폭탄 폭발·총격사태
14명 사망… 정국 혼란 가중

마두로 “새전투 시작” 투표 독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30일 야권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헌의회 선거를 강행했다. 거리 곳곳에서는 군경과 시민이 충돌했으며 선거에 출마한 후보까지 포함해 14명이 숨지는 등 베네수엘라 정국이 깊은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부터 베네수엘라 전국 1만4500개 투표소에서 제헌의회 선거가 시작됐다. 마두로 대통령은 수도인 카라카스의 저소득층 지역을 찾아 투표를 마친 후 “새 전투의 시대가 열렸다. 우리는 제헌의회와 함께 헤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약 850만 명이 투표에 참여했다고 추산했지만 야권은 투표율이 약 7%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제헌의회 선거로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선거에 출마한 변호사 호세 펠릭스 피네다(39)가 선거 전날 밤 시우다드볼리바르에 있는 자택에서 괴한들에 의해 숨졌고, 쿠마나에서는 야당인 민주행동당 지역조직 간부 리카르도 캄포스(30)가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정부가 32만6000여 명의 군경을 배치한 가운데 카라카스 동부 지역에서는 사제폭탄이 터져 경찰 7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마두로 대통령의 제헌의회 추진은 국가 경제 파탄에 따른 퇴진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타개책이다. 그는 의회 해산, 개헌, 법 개정 등의 권한을 가진 제헌의회를 구성해 국가 혼란을 돌파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야권과 국민 대다수는 마두로 대통령이 장기 집권을 위해 제헌의회를 추진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현재의 여소야대 의회(167석 중 112석이 야당)를 무력화하고 정부의 독재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야권은 이번 선거를 불법으로 보고 아예 후보자조차 내지 않았다. 545명의 제헌의회 의원을 뽑는 이번 선거에는 여당 측 후보만 5500명이 나왔다.

이날 미국은 제헌의회 선거가 마두로 대통령의 독재를 위한 발판이라고 비판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마두로의 가짜 선거는 독재를 향한 또 다른 단계”라며 “우리는 불법 정부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베네수엘라 국민과 민주주의가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 26일 베네수엘라 전·현직 고위 관료 13명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으며 추가 경제제재 조치를 취할 기세다. 하지만 마두로 대통령은 선거 당일 “‘황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국민의 투표권을 침해하길 원했다”라고 미국을 역공격했다.

현지 여론조사기관들은 베네수엘라 국민 70% 이상이 제헌의회에 반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마두로 정부가 결국 제헌의회를 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가 280만 명에 이르는 공무원들에게 투표에 참여하도록 강제했으며, 정부로부터 주택이나 식량을 제공받은 저소득층 국민도 사실상 투표 참여를 강요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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