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비 아예 없거나 대폭삭감
바가지 상혼도 내수 가로막아
‘휴가 장려 경기 활성화’ 무색
자동차, 조선, 화학, 가전 등 국내 간판 기업의 8월 초 단체 여름휴가가 시작됐지만, 휴가 장려를 통해 내수경기 활성화를 꾀한다는 정부 정책과는 겉돌며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가뜩이나 고물가,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업황 불황, 늦어진 노사협상, 소득 정체 등 어려워진 대내·외 여건 때문에 여름휴가비도 형편없이 얄팍해졌기 때문이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2주간의 집중 휴가에 들어간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름휴가를 앞두고 성과급 지급이 중단됐다. 2015년까지만 해도 전체 연봉의 10% 정도가 여름휴가와 설·추석에 지급됐지만 지난해부터 회사 재정이 악화하면서 2년 연속 취소됐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일감이 없어 휴가 기간은 전보다 길어졌지만 구조조정 중이어서 성과급 지급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 털어놓았다.
중소·중견조선소들의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성동조선해양은 2주간 휴가에 들어가지만 이 가운데 1주만 유급휴가로 처리된다. 상대적으로 경영상황이 나은 편인 현대중공업만 휴가비로 약정 임금의 50%(100만 원 안팎)를 지급했을 뿐이다.
휴가 전 임금·단체협상을 마무리 짓고 격려금 등 형태로 휴가비를 챙겼던 자동차업계 역시 실적 악화, 지지부진한 노사협상 탓에 사실상 빈손으로 휴가를 맞게 됐다. 현대차와 기아차, 한국지엠, 르노삼성 등 완성차 4사는 휴가 전 협상 타결에 실패했고 쌍용차 노사만 기본금 5만3000원 인상, 생산장려금 250만 원 등의 협상안에 합의했다. 현대차는 휴가 전 협상을 타결했던 해에는 일시금으로 수백만 원을 받았지만 올해는 휴가비 30만 원, 정기상여금 50%밖에 손에 쥐지 못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6월 하순에 535개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휴가비 지급 여부를 조사한 결과, 휴가비 지급 계획이 있는 기업이 68.5%에 그쳐 10곳 중 3곳 이상이 올해 휴가비를 지급하지 못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2011년 같은 조사 때와 견줘 6.1%포인트 감소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내수활성화 대책의 하나로 내놓은, 직장인 휴가비를 지원하는 한국형 ‘체크바캉스’가 실효성을 거둘지 벌써부터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제도는 앞서 2014년 중소·중견기업 180곳을 대상으로 시범실시한 결과 기업 참여 부족, 예산 문제, 바우처 사용처 제한 문제 등으로 1년 만에 흐지부지됐었다.
2년째 이어지고 있는 물가 상승 기조와 휴가철 바가지 상혼도 국내 휴가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이다. 애초 국내 휴가 계획을 잡았다가 비수기 대비 2배 이상 오른 숙박비 등 비싼 경비 탓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동남아시아 등으로 휴가지를 바꾼 사례도 적지 않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제조업 경기 부진, 관광 인프라 미비, 바가지 상혼 등이 해결되지 않고는 임시공휴일을 늘리고 휴가비를 지원해도 오히려 해외여행만 더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남석·박준우 기자 namdol@, 울산 = 곽시열 기자 sykwa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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