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을 나온 둘이 들어간 곳은 한랜드식 ‘카페’다. 안쪽에 무대가 있고 춤을 추는 공간에 밀실까지 갖춰져 있는데 오늘도 손님이 가득 차 있다. 이성갑은 오복수를 따라 한 번 와본 경험이 있어서 밀실로 들어가 보드카를 시켰다.
“오늘 월급 탔다면서 무리하지 마.”
윤정혜가 밀실 안을 둘러보면서 말을 이었다.
“내 욕구 해소 이야기를 듣고 나서 자극받은 거지?”
“응, 맞아.”
밀실 문을 닫자 곧 방 안이 조용해지면서 둘이 서로를 보았다. 정신이 든 것처럼 둘의 얼굴이 차분해졌다. 그때 윤정혜가 말했다.
“그래, 내가 의도적으로 그랬어.”
“넌 매력적이야.”
“섹스하기 전에는 다 그렇게 보인다고 하더라.”
“여자는 안 그래?”
“여자도 마찬가지야.”
“나, 참을성이 강한 편이야. 안 해도 돼.”
“참을성이 강하면 길겠구나?”
“뭐가?”
“그거.”
그때 이성갑이 머리를 젖히면서 소리 없이 웃었다.
“나, 참, 별걸 다 물어보는 여자 만났네. 너, 참 재밌다.”
“매력적이라면서?”
그때 종업원이 술과 안주를 갖다놓고 돌아갔다. 밤 10시가 되어가고 있다. 한시티의 밤이다. 윤정혜가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난 서둘지 않아. 언젠가 기회가 올 테니까.”
“며칠 전 헤어지자던 여자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어.”
이성갑이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다시 만나자는 의도 같았는데 내가 끊었어. 그런데 끊고 나서 생각해보니까 내가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더란 말이야.”
“여기 와서 달라졌단 말이야?”
“직장을 잡았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아.”
“잠에서 깨어난 것 같았어, 나는.”
술잔을 든 윤정혜가 지그시 이성갑을 보았다.
“이 도시의 활력이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거야.”
“잠재력을 끌어낸다고 우리 사장이 그러던데.”
“맞아.”
“어때? 오늘 내 아파트에 가지 않을래? 내 아파트 첫 여자 손님으로 초대하는 거야.”
“생각해보고.”
술잔을 든 윤정혜가 눈웃음을 쳤다.
“참 쉽게도 유혹한다.”
“나, 이렇게 말이 술술 나온 건 첨이야.”
“한랜드 핑계가 또 늘었군.”
보드카를 한모금 삼킨 윤정혜가 손목시계를 보더니 말했다.
“그럼 마시다 만 술을 가져가자.”
“좋지.”
“세 시간 전에 만나 같이 집에 가다니. 아무리 한랜드라고 해도 너무하네.”
“뭐, 우리가 특별한 인간이냐?”
자리에서 일어난 이성갑이 정색하고 윤정혜를 보았다.
“보통 사람이야. 너무 이유 붙이지 마.”
“그럼 키스부터 한 번 해봐.”
따라 일어선 윤정혜가 한 걸음 다가서더니 턱을 조금 내밀었다. 눈이 반쯤 감겼고 술기운이 오른 얼굴이 요염했다. 다가선 이성갑이 두 손으로 윤정혜의 볼을 가볍게 감싸 안고 정성스럽게 입을 맞췄다. 곧 윤정혜의 입이 열리면서 달콤하고 말랑한 혀가 빠져나왔다. 이성갑은 감동했다. 이건 특별한 입맞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