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화성·안수길·서정주·허영자·문효치 등 문단의 거목과 원로 14인의 생생한 인터뷰가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소설가인 이광복(66) 한국문인협회(문협) 부이사장이 만나고 인터뷰한 것을 한데 묶은 ‘문학과 행복’(도화)이다.
이 부이사장은 31일 “얼마 전 방을 정리하다 이미 세상을 떠난 문단 거목과 생존해 있는 원로들의 인터뷰 기사를 발견했다. 혼자만 알고 묻어두기에는 아까운 것들이 많아 책으로 정리했다”고 밝혔다.
부제인 ‘탐방-빛나는 문인들의 인생론’처럼 책에는 별세한 거목 10명과 생존 원로 4명의 문학과 인생에 대한 고백이 상세히 담겨 있다. 대부분 문협에서 발행하는 ‘월간문학’에 실린 것들이다.
박화성(1903∼1988)은 문학소녀에서 문학계의 대모가 된 대표적 여성 작가다. 박화성은 월간문학(1977년 1월호) 인터뷰에서 이름에 대한 특별한 사연을 털어놨다. 그는 “내 이름은 12세 때 직접 지은 필명이다. 하얀 박꽃의 성이라는 뜻으로, 꼭 성까지 한꺼번에 쓰도록 했다”면서 “삼라만상이 잠든 밤에 소리 없이 피는, 결코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청초한 아름다움을 지닌 박꽃을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화성의 본명은 박경순이다.
1977년 당시 70대였던 박화성은 인생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초목도 봄엔 새 잎이 돋는데 인생은 한 번으로 끝난다. 인생은 늘 뭔가 아쉽고 허무하다”며 “인생은 혼자 왔다 혼자 가는 거다. 단 하나 내가 이 세상을 다녀갔다는 흔적으로 작품을 남긴다”고 했다.
소설가 안수길(1911∼1977)은 다른 데 한눈팔지 않고 오로지 문학에 몰두한 작가였다. 그는 월간문학(1976년 5월호)에서 고희(古稀)를 앞두고도 식지 않는 집필에의 열정을 피력했다. 그는 “요즘도 하루에 원고지 10∼15장을 쓴다”며 “문학을 나의 길로 선택한 것에 추호의 후회도 없다. 문학을 통해 인생의 진실을 탐구하려 했는데 이 나이 되도록 좋은 소설을 쓰지 못한 게 아쉽다”고 겸손해했다.
서정주(1915∼2000) 시인은 범세계한국예술인회의 이사장을 맡고 있을 무렵, 월간 ‘멋’(1985년 10월호)과의 인터뷰에서 문학을 하는 멋과 풍류를 설명했다. 그는 “멋을 이야기하자면 풍류정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풍류를 알아야 멋을 아는 것”이라며 “풍류는 점잖은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멋도 풍류정신과 맥락이 통한다”고 했다.
이 밖에도 책에는 소설 같은 인생을 살았던 소설가 최정희(1906∼1990), 압축과 절제의 미학을 노래했던 시인으로 최근 시집을 낸 허영자, 문협 이사장이자 시인인 문효치에 관한 글이 있다.
이 부이사장은 “문학은 언제 어디서나 소중한 예술이고, 그렇다면 어느 누구라도 문학을 통해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