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중반만 해도 경찰관을 부하 대하듯 하는 검사들이 적지 않았다. 경찰서 유치장 감찰을 나온 검사가 경찰서장실이나 수사과장실에서 상석에 앉아 연배가 한참 위인 경찰서장이나 수사과장 보고를 받으며 하대(下待)했다는 얘기를 꽤 들었다. 당시엔 초임 검사라 해도 경찰서장실에 들러 차를 대접받은 뒤 수사과장의 안내를 받아 유치장 감찰을 하는 게 관행이다시피 했다. 검사에게 수사 지휘권뿐 아니라 유치장 감찰권도 있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제198조의 2(검사의 체포·구속장소 감찰) 1항은 ‘지방검찰청 검사장 또는 지청장은 불법 체포·구속의 유무를 조사하기 위해 검사로 하여금 매월 1회 이상 관하 수사관서의 피의자의 체포·구속 장소를 감찰하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권 침해를 줄인다는 취지인데, 그만큼 경찰을 믿지 못했다는 뜻이다.
요즘엔 검찰과 경찰의 상하 관념이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검사가 한 달에 한 번 유치장 감찰을 나오기는 하지만 수사상 협력을 구하는 데 시간을 많이 쓴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 또는 기각하는 이유나 기준, 검찰이 영장을 반려하고 재수사 지휘를 하는 기준 등을 안내하고 설명한다. 경찰서장실에는 거의 들르지 않고 수사과장이나 수사지원팀장에게 협력을 요청한다. 경찰의 수준과 인권 의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임명장을 받고 주천난(做天難)이란 한시를 인용한 문무일 검찰총장이 28일에는 이철성 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를 깜짝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15분간 면담한 자리에선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협조 관계를 잘 구축하자는 얘기가 오갔을 뿐, 민감한 현안인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은 언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문 총장의 방문에는 수사권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과잉 대결은 자제했으면 하는 뜻이 담겼을 것이다. 그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경찰청 취재진에게도 검찰과 경찰이 동반자 관계임을 강조했다. 배웅 나온 이 청장에겐 활짝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상대를 폄하·자극하고 내부 구성원의 목소리만을 의식해 욕심을 부리면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 검찰과 경찰이 상명하복 아닌 한 배를 탄 대등한 관계로 변모하고 있는 것일까, 오월동주(吳越同舟)처럼 개혁 바람 앞에서 일시적으로 협력 제스처를 보이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