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재판이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7일 결심 공판을 앞두고 이틀째 이어진 1일 피고인 신문에서도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변호인 간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특히 3∼4일 그동안 재판을 총망라할 ‘공방 기일’을 앞두고 양측이 피고인 신문 과정부터 열띤 논리·증거 대결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특히 양측이 첨예하게 부딪치는 부분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61) 씨의 관계다. 특검은 최 씨의 요구를 받은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의 2차 독대에서 최 씨의 딸 정유라(21) 씨에 대한 승마 지원이 부족하다고 질책했고, 삼성이 그 직후부터 뇌물을 교부 하기 시작했다는 입장이다. 삼성의 정 씨에 대한 지원은 이미 드러난 사실인 만큼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 교감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에 맞서 삼성 측은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를 철저히 ‘분리’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승마협회에 대한 지원을 요구하긴 했지만 정 씨에 대한 지원이 이뤄진 것은 최 씨의 ‘겁박’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승마협회장을 맡았던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은 이날 공판에서 “최 씨의 겁박으로 다른 선수에 대한 지원을 못 하고 정 씨만 지원하는 것으로 변질되자 지원을 종료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삼성 측은 독일에 있던 최 씨 측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허둥댄’ 정황도 공개했다. 이는 최 씨 등의 겁박에 의해 삼성이 불가피하게 지원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측은 중요 증인·증거를 둘러싸고 공방도 벌였다. 삼성 측이 최 씨의 존재를 먼저 알고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섰다고 주장하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 대해 삼성 측은 “조작된 발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전 차관이 박 전 사장과 만난 날짜를 특정하지 못하는 부분도 지적했다. 반면 특검은 2016년 박 전 사장 등이 독일에서 최 씨와 만나 대응 과정을 논의한 ‘함부르크 프로그램’과 관련한 박 전 사장의 자필 메모 등이 이들의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입증하는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