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시 봉양읍 학산리 누드펜션 출입로 바닥에 펜션 이용자들을 비난하는 글귀가 선명하게 적혀 있다.
- 시골마을 발칵 뒤집은 누드펜션
자연주의 표방 ‘누디즘’ 논란… 여론은 “불허”가 倍
누드동호회원들 펜션 몰리자 주민들 트랙터로 진입로 막아 “자유 침해”-“경악할 일” 갈등
누드해변·누드산림욕장 등도 과거 몇차례 추진됐다 무산 절반 이상 “국민정서 안맞아”
충북 제천의 한 농촌 마을이 누드 펜션으로 발칵 뒤집혔다.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전국의 누드 동호회원들이 주말마다 마을의 누드 펜션에 몰려들자 주민들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한적했던 농촌 마을에 세상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중앙고속도로 신림IC를 빠져나와 제천 방면으로 5분 정도 달리자 강원도와 경계를 맞대고 있는 충북 제천시 봉양읍 학산리가 나타났다. 천주교 성지임을 알리는 입간판을 지나 마을 안쪽으로 200여m를 들어가자 누드 펜션 진입로를 찾을 수 있었다. 펜션으로 들어가는 콘크리트 바닥의 진입로에는 ‘누드족은 물러가라!’라는 누드 펜션 이용자들을 비난하는 붉은 글씨가 선명했다. 발걸음을 조금 더 안쪽으로 옮기자 도로를 막고 서 있는 대형 트랙터가 눈에 들어왔다. 주민들이 트랙터로 진입로를 막고 펜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트랙터 위로는 ‘농촌 정서 외면하는 누드 펜션 물러가라!’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주민들의 저지선을 지나 산 중턱으로 150여m쯤 올라가자 막다른 지점에 펜션이 모습을 드러냈다. 황토벽돌로 지어진 2층 구조의 펜션은 규모가 예상보다 컸다. 최근의 논란 때문인지 펜션에는 인기척이 없었다. 출입문도 굳게 닫혀 있었다. 하지만 펜션 곳곳에서 펜션 이용자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 펜션은 지난 2009년 처음 영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았다. 한동안 문을 닫았던 펜션은 최근 누드 동호회를 중심으로 영업을 재개했다고 한다. 자연주의, 나체주의(누디즘)를 표방하는 전국의 동호회원들이 주말이면 펜션으로 몰려들었다. 회원들의 벌거벗은 모습을 목격한 주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참다못해 또다시 누드 펜션 운영을 저지하고 나섰다.
주민 박모(82) 씨는 “매주 주말이면 펜션에서 벌거벗고 활보하는 사람들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며 “노인들이 대부분인 농촌 마을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누드 펜션을 찾는 동호회원들은 존중받아야 할 개인 취향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동호회 운영자가 만든 SNS에는 대자연에서 자유로운 인간의 벗을 권리를 누릴 것을 권유하고 있다. 동호회 관계자는 “우리 동호회는 성인들의 성적 쾌락을 위한 동호회가 아니다”며 “남녀노소 어느 누구라도 아름다운 자연과 인간의 기본권인 자유를 마음껏 경험하며 사랑하는 가족, 이웃과 함께 여가를 보내는 회원들만의 공간”이라고 말했다. 사적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개인적 ‘취향’으로 위법한 행동을 한 것도 아닌데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자유권 침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도 처벌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주민들의 반발에도 해당 건물이 사유지이고 별다른 불법행위도 발견되지 않아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경찰과 지자체는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속을 태우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펜션이 마을과 떨어진 사유지에 위치해 있고 마땅히 불법 행위를 발견할 수 없어 단속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누디즘 관련 동호회 활동은 시선을 의식해 대부분 음성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번 누드 펜션도 주민들의 반발로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지자체가 직접 나서 자연주의를 상품화하려 한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매번 반대 여론에 막혀 무산됐다.
지난 2011년 전남 장흥군이 전국 최초로 치유 목적의 누드 산림욕장을 개장했지만 지역 유림 등의 반발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현재는 누드 산림욕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졌고 이름까지 바뀌어 운영되고 있다.
강원도도 지난 2005년 강릉 연곡 해변 등 일부 해변을 누드 해변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했지만 반대 여론에 꿈을 접어야 했다. 2013년 동해안에 누드 해변을 단계적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또다시 발표했지만 역시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강원도 환동해본부 관계자는 “매력적인 선진국형 해변 운영과 동해안 해변의 차별화·특성화를 위해 누드 해변을 운영하려 했다”며 “반대 여론이 심해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누드해변 조성을 포기한 상태다.
누드 펜션도 서구의 누드비치처럼 모두 벗은 자연 상태로 휴양을 즐기자는 취지이지만 여전히 시기상조인 듯하다. 국민 절반가량도 ‘누드 펜션을 허용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달 28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510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 수준에 오차범위 ±4.3%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1.9%는 ‘아직 국민 정서에 맞지 않으므로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반면 ‘자연주의를 추구하는 동호회만의 사적인 공간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답변은 22.4%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