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명상과 화 Ⅲ
우리는 앞에서 우리 자신의 화(anger)가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을 때 화의 감정을 내려놓는 방법에 대해서 공부했습니다. 이번 회에는 타자의 화로부터 우리 자신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화의 범위를 좀 더 넓게 확장해서 이를테면 요즘 우리 사회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와 연결해서 공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화의 뿌리를 알면 예방할 수 있다
불교심리학에 의하면 행동 이면에는 생각이 있고 생각 이면에는 느낌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를 폭력행위에 적용하면 만일 우리가 폭력적인 행동을 하기 전에 폭력행동을 자극하는 부정적인 생각을 알아차리면 폭력행동이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고 또 부정적인 생각이 일어나기 전에 부정적인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싫어하는 느낌을 알아차리면 부정적인 생각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상대의 폭력적인 행위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하려면 폭력행위의 전 단계인 상대방의 부정적 생각이나 판단을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고 상대의 부정적인 생각이나 판단은 그 전 단계인 상대의 싫어하는 느낌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몇 년 전 특강을 가는 도중 뒤에서 오토바이가 급하게 따라오면서 거의 부딪칠 뻔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오토바이에 탄 젊은 청년은 우리가 자기의 진로를 방해했다는 생각에 화가 나서 바짝 쫓아왔던 것입니다. 이유를 몰랐던 제 옆에서 운전을 하던 분은 오토바이를 탄 청년이 무례한 태도로 우리를 노려보고 비난한다고 언짢아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얼른 창문을 열고 고개를 숙이면서 진심으로 사과를 했습니다. 청년의 얼굴색이 조금씩 풀리고 우리는 별일 없이 서로의 길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폭력은 에고의 못마땅함의 작용이다
화는 기본적으로 화의 대상을 향해서 우리의 에고가 못마땅함을 표출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못마땅한 마음의 밑바닥에는 주로 상대와 비교해서 자기가 더 잘났다거나 못났다는 우월감과 열등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상대방을 자신과 동등한 존재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자아도취적 수단으로 취급하는 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흔히 화가 폭력행위로 드러날 때 거기에는 위의 이 두 가지 에고의 부정적인 기능들이 강하게 작용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중요한 사실은 상대가 우리에게 화를 낼 때 우리의 에고 역시 우리 자신을 보호하고 방어하기 위해서 반사적으로 이 두 가지 기능을 작동시킨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서로의 에고의 싸움과 상처는 보다 치열해지고 화의 감정은 폭력으로 전환되게 됩니다.
위의 예에서 저는 잘못했기 때문에 사과한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청년의 화난 감정과 화의 감정을 자극한 그의 판단과 생각을 향해서 사과한 것입니다. 물론 사과의 행동에 앞서 찰나적으로 저의 무의식적인 반응은 “내가 나이도 훨씬 많고 스님인데…”라는 에고의 판단이 살짝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나름으로 나 자신을 방어하려는 에고의 작용에서 비롯된 자존심이지 진짜 저 자신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상대에게 해를 입힐 의지가 없다면, 너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면 나도 기꺼이 상처를 받겠다는 마음이 아니라면, 굳이 너 죽고 나 죽기 식의 에고를 그 청년과의 부딪침의 협상자로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것입니다.
언어적 폭력이든 신체적 폭력이든 일단 화의 감정이 폭력행위로 드러나게 되면 그 문제를 다루는 일은 쉽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폭력행위는 인간의 정신세계가 아닌 축생의 마인드에서 비롯되고 힘의 원리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일단 폭력을 동반하는 화의 감정에 휩싸이게 되면 자각의 힘이 극도로 약해져서 주변이나 상황, 상대에 대한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인간으로서의 부끄러움과 수치심이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화의 감정을 폭력적으로 드러내는 상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한 가지 방법은 폭력행위를 수반하는 상대의 에고의 작용을 사전에 자각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데이트하는 상대와 사소한 의견 차이로 아주 살짝 기분이 나빠지고 있는 순간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때 여러분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원인이 여러분 자신의 단순한 사랑의 투정인지 아니면 상대가 일방적이거나 대수롭지 않은 일에 자기 뜻대로 안 된다고 불합리하게 짜증을 내고 있는 건지를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일상의 관계에서 에고의 작용을 자각하는 명상법은 지금까지 우리가 배웠던 방법과는 달리 훨씬 더 많이 응용된 짧고 비형식적이며 단순합니다. 그냥 순간순간 상대방의 말이나 태도에 뭔가 편하지 않은 느낌이 있을 때 자신의 방식으로 해석하거나 받아들이지 말고 얼른 주의를 호흡으로 가져가서 잠시(3~5초 정도) 자신의 호흡을 느끼기만 하면 됩니다. 만일 그 불편함이 좀 더 길게 지속되면 가슴에 주의를 고정시키고 가슴의 소리를 들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통찰, 직감을 무시하지만 않으면 상대의 폭력적인 행동의 전조인 부정적인 생각·판단을 알아차릴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점차적으로 순간적인 포착과 주의집중력이 향상되면 상대방의 부정적인 생각이나 판단의 전 단계인 싫어하는 느낌도 쉽게 알아차릴 수가 있습니다.
다음에는 데이트 폭력을 예로 들어서 타자의 화로부터 우리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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