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번 한림大 교수 비판 논문
“한국어 이해 능력 수준이하”


“역자의 설익은 한국어 이해력이 원작은 물론 영어권 독자를 배반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주요 등장인물의 관계를 왜곡하고 단순화하는가 하면 자의적인 번역 삭제로 소설 전체의 이해도를 떨어뜨린 점도 문제입니다.”

지난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에서 수상한 한강의 연작소설 ‘채식주의자’의 영어 오역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한 논문이 나왔다.

김번(사진) 한림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최근 학술지 영미문학연구에 ‘‘채식주의자’와 The Vegetarian: 원작과 번역의 경계’란 제목의 논문을 실었다. 김 교수는 2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자국화 전략을 운위하려면 원작에 대한 높은 수준의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며 “역자의 한국어 이해력이 번역을 감당하기에는 태부족이라는 점이 지적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소설을 영어로 옮긴 데버러 스미스가 네 명의 주요 인물, 즉 영혜 부부와 인혜 부부 사이의 역학관계를 잘못 파악했다”고 지적했다. 스미스는 영혜 남편이 부인을 간호하는 처형 인혜와 대화하는 장면에서 인혜를 처남으로 착각하는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영어판 독자로선 이 대목에서 드러나는 처형에 대한 제부의 은밀한 욕망을 알 길이 없게 됐다. 비디오 아티스트인 영혜의 형부가 촬영하는 장면에선 형부가 전남편으로 둔갑한다.

김 교수는 “역자의 오역이 일정한 편향성을 띤다”며 인혜의 남편, 즉 영혜의 형부를 역자가 부정적으로 그린다고 주장했다. 인간관계를 왜곡하고 단순화한 폐해가 누적된 결과 소설의 마지막 3부에선 “번역이 파행적인 양상으로 귀결된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스미스가 자의적으로 삭제한 부분은 1부에서 세 군데, 2부에서 열한 군데인데 3부에선 무려 서른세 군데로 늘어난다.

박양수 기자 ysp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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