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이 들으면 서운해할 법도 하지만 은퇴한 부모가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경제적 자립이라는 말도 있다. 즉 노년에 자식에게 의존하지 않고 그동안 모은 재산으로 당당하게 가치 있는 노후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담긴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자식에게 조금이라도 더 재산을 남겨주려고 가고 싶은 곳 못 가고, 쓰고 싶은 것 못 쓰면서 살고 싶지는 않은 게 5070세대가 노년을 맞이하는 속내가 아닐까? 그렇다면 5070세대에게 가치 있고 존경받는 소비는 무엇일까?
5070세대에게 잘 쓰는 것도 잘 버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물론 젊은 시절 아껴 쓰고 저축하기만 했던 5070세대가 이제 와서 잘 쓰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인생 후반기를 맞이한 5070세대가 가족, 동료, 친지들로부터 존경받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면 돈을 잘 써야 한다. 손에 쥔 돈을 잘 사용하지 못하는 5070세대의 얼굴엔 수전노, 자린고비, 노욕장 등의 불명예스러운 딱지가 붙을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인품과 지적 매력만으로 존경받기에는 2% 부족하다. 이 2%를 채우기 위해서는 돈 쓰는 방법을 배우고 몸에 익혀야 한다. 존경받으며 돈 쓰는 방법을 한마디로 말하면 ‘SPPS Up 소비원칙’을 실천하는 것이다.
앞의 SP는 ‘입은 닫고(Shut Up) & 지갑은 열라(Pay Up)’는 원칙이다. 나이 들어 잔소리가 늘면 기피대상 인물이 되기 쉽다. 게다가 말로는 산다고 하면서 막상 그런 기회가 오면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오리발 내밀면 기피인물 1호에 올라가기 마련이다. 반대로 말없이 조용히 지갑을 여는 시니어는 환영받는 사람이 되고, 이것이 쌓이면 그에 대한 존경심은 올라간다. 뒤의 PS는 ‘잘 놀고(Play Up), 잘 쓰자(Spend Up)’는 원칙을 말한다. ‘놀아본 놈이 잘 논다’고 하지 않는가? 여기서 ‘잘 쓰자’의 의미는 돈을 흥청망청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써야 할 곳, 즉 자신의 가치 있는 삶과 꿈을 실현하고 의미 있는 곳에 맘껏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행은 다리 떨릴 때 하는 일이 아니라 가슴 떨릴 때 하는 일”이라는 어느 라디오 청취자의 사연처럼 아직 청춘이 녹슬지 않았을 때 과감하게 떠나는 그런 용기 있는 소비가 지금 필요하다.
‘잘 놀고 잘 쓰는 것’이야말로 5070세대가 존경받는 노년을 맞이하는 바람직한 소비행동이지 않을까?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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