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커피왕’으로 불렸던 한 기업가의 자살 소식이 지난주에 전해졌다. 그의 나이는 49세였다. 우리 사회는 기업가의 사회적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기업가를 탐욕스럽고 부정적인 존재로 규정한다. 주류 경제학에서도 기업가의 사회적 가치를 명시하지 않는다. 단순히 노동과 자본이 투입되면 상품이 자동적으로 생산되는 블랙박스를 기업이라 부를 뿐, 기업가의 역할에 대한 언급은 없다. 심지어 TV 드라마에선 기업가를 부도덕하고, 탐욕스러운 인물로 등장시킨다. 우리 시대에 기업가는 경제이론에서나 생활 속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슬픈 존재다. 그럼에도 기업이 시장경제 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시장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성공한 기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 그래서 시장경제를 ‘기업경제’라 부른다.
기업가의 선택은 기업의 ‘성공’을 좌우한다.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대다수 기업가는 ‘실패’를 맛본다. 매년 수많은 기업이 창업되지만, 1년이 지나면 60% 이상이 파산한다는 수치가 그것을 증명해준다. 그만큼 소비자 마음을 잡는 상품 개발이 어렵다는 뜻이다. 성공한 기업가는 새로운 상품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사람이다. 우리는 이런 기업가의 자질을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라 부른다. 경영대학원에서도 기업가 정신을 가르치지만, 실제 성공 여부는 교육과는 별 관계가 없다.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이고, 그래서 타고난 유전자 때문이란 해석도 있다.
목숨을 끊은 ‘커피왕’ 역시 수많은 기로에서 선택을 하며 할리스와 까페베네를 프랜차이즈로 정착시켰다. 그리고 그의 ‘선택’과 ‘성공’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었다. 커피 한 잔 값으로 ‘여유’라는 문화 공간을 얻었고, 학생들은 공부도 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장을 제공받았다. 물론 그 시설을 무료로 이용해도 아무런 제재도 없다. 커피숍이 ‘공공재’ 역할까지 했다는 뜻이다. 대다수 사람은 정부의 선한 정책으로 만들어진 것이 ‘공공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업가가 만들어낸 커피 프랜차이즈 공간도 공공재이기는 마찬가지다. 차이가 있다면 ‘세금’ 투입 여부다. 정부가 공공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의 세금이 필요하다. 반면 커피 프랜차이즈는 기업가의 이윤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음에도 세금이 투입되지 않는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의 생활을 풍요롭게 만드니 이보다 좋을 순 없다. 이는 성공한 기업가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며, 기업가도 공익을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기업가의 성공과 발전은 기업가에게만 귀착되는 게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 공유된다. 그래서 공유경제란 시장경제의 본질을 또 다르게 표현한 용어일 뿐, 새로운 공유경제가 있는 게 아니다. 기업가가 많이 나와야 우리 사회도 발전한다. 불확실과 위험이 도사리는 경제 현실에서 과감히 투자해 성공하는 기업가 정신이 우리 사회에 충만해야 일반인의 삶도 나아진다.
‘기업가 정신’ 발휘 여부는 정부 정책에 의해 결정된다. 기업가 정신이 활동하는 무대는 경제 자유가 무한히 펼쳐진 세상이다. 높은 최저임금 제도로 고용할 자유를 제약하고, 높은 법인세로 투자의 자유를 제약하면, 그 사회의 기업가 정신은 서서히 꺼져갈 수밖에 없다. 경제 자유가 정부의 규제 정책으로 잠식당하면 기업가는 기업가 정신을 펼칠 수 없다. 또 그것이 기업가들의 실패, 좌절로 이어지면 ‘커피왕’처럼 목숨을 끊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날지 모른다. 이런 사회의 미래는 참담하다. 똑똑한 청년들이 창업의 길을 걷지 않고 공기업을 선호하는 사회는 절대 발전할 수 없다.
새 정부는 부채 탕감, 휴가비 지급 등 국민이 좋아하는 공짜 상품을 개발하려 한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세금이나 부채 등으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하지만 성공한 기업가가 만들어낸 공공재는 기업가에게는 성공을, 모든 사람에게는 ‘혜택’을 선물한다. 정부는 공짜 상품으로 국민을 현혹하지 말고, 기업가 정신을 살리는 정책을 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업인과의 만남에서 ‘기업이 발전해야 국가 경제도 발전한다’고 했다. 시장경제의 본질을 잘 짚었다. 그러나 정책은 최저임금 인상, 법인세 인상 등 반대로 가고 있다. 커피왕의 자살은 우리 기업 환경의 열악함을 알려주는 조그만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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