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채색·구성미 잇단 호평
“이탈리아에서 출발한 서재 그림이 대륙을 횡단해 동아시아의 끝에서 화려한 결실을 맺은 것이죠.”
지난 4월 미국 캔자스대에서 ‘책거리병풍 미국 순회전’이 개막하며 열린 학술세미나에서 우리 책거리 그림을 본 바로크 미술사가 조이 켄세스 다트머스대 교수는 흥분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조선 시대의 양반가 민화로 분류되는 책거리 그림 순회전이 미국 현지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과 현대화랑이 함께 진행하고 있는 책거리병풍 순회전은 지난해 스토니브룩대 찰스왕센터(9월 29일~12월 23일)를 시작으로 캔자스대 스펜서미술관(4월 15일~6월 11일)에 이어 클리블랜드미술관에서 지난 5일 개막해 11월 5일까지 3번째 전시를 개최한다.
지난 두 차례의 전시에서 현지 관람객들은 책거리 그림의 화려한 채색과 여러 물품을 적절히 배치한 구성미에 큰 관심을 나타내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책거리: 한국 채색 병풍에 나타난 소유의 즐거움(Chaekgeori: Pleasure of Possessions in Korean Painted Screen)’ 제하로 개최되는 이번 전시에는 국내 기관과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과 클리블랜드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책거리 병풍 등 총 50여 점이 전시된다.
책거리 그림은 책과 도자기, 문방구, 향로, 기타 당대 귀한 물품들을 적절히 배치한 그림이다. 책가(서가)에 책과 기물이 진열된 책거리 그림을 별도로 구분해 ‘책가도(冊架圖)’라 한다. 18세기 후반 책을 중시한 정조의 구상에 따라 궁중화원이 병풍으로 제작한 것이 책가도의 시초로 추정되며, 19세기에 민화로 확산돼 더 성행했다고 한다.
고연희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연구교수는 “19세기 초반 한양 양반가의 집집마다 전시됐던 책거리 그림은 우리 선조들이 지녔던 문화에 대한 고급스러운 열정과 취향이 담겨 있다”며 “수묵화 정도를 한국 고유의 그림으로 알던 서구 화단에서는 충격적으로 받아들일 법하다”고 말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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