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식을 대표하는 김치에 고춧가루가 들어가서 그런지 한국 음식은 맵다는 통념이 있다. 최근에 매운 음식이 유행하면서 매운맛의 강도가 많이 증가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볼 때 한국 음식이 그리 매운 편은 아니다. 김치를 비롯해 붉은색 계통의 음식이 많다 보니 그렇게 비칠 뿐이다.

중국은 땅이 넓어 지역별로 다양한 음식이 존재한다. 자연환경이 다르다보니 지역에 따라 특산물이 다르고 음식도 다르다. 또한 레시피도 달라 같은 음식이라도 지역에 따라 맛이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중국에서 매운맛을 나타낼 때 자주 쓰는 말들이 있는데, 이는 지역에 따라 매운 것을 대하는 태도를 나타낸다. 보통 쓰촨(四川) 사람은 ‘부파라(不파辣)’라고 하고, 후난(湖南) 사람은 ‘파부라(파不辣)’라고 하며, 윈난(雲南)이나 구이저우(貴州) 사람은 ‘라부파(辣不파)’라고 한다. 같은 한자지만 조합 순서에 따라 서로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데, 중국어만의 특징이라 하겠다.

‘파(파)’는 ‘무섭다’는 뜻이고, ‘라(辣)’는 ‘맵다’는 뜻이다. 당연히 ‘부(不)’는 부정의 의미이다. 이 세 가지 한자를 각각 다르게 조합해 각 지역의 매운맛을 나타낸 것이다. 부파라(不파辣)는 ‘매운 것이 두렵지 않다’는 뜻으로, 그래서 그런지 쓰촨 요리는 좀 매콤한 편이다. 쓰촨 고추는 한국 고추에 비해 매우 작지만 훨씬 맵기 때문에 이곳 음식이 한국 음식보다 더 맵다고 봐야 한다. 한국의 매운맛은 좀 달곰한 매운맛이라고 한다면, 쓰촨 요리의 매운맛은 공격적인 매운맛이다. 적응이 안 된 사람이 먹는다면 혀의 감각이 마비될 정도다. 쓰촨 지방은 음식문화가 발달하였는데, 쓰촨 음식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다만 몇몇 음식은 정말 매워 도전정신 없이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런데 쓰촨 음식이 울고 갈 지역이 있으니 바로 후난이다. 중국에서 가장 매운 음식이 있다는 후난 지방의 매운맛에 대한 표현은 파부라(파不辣)이다. 그들은 무서워한다. 맵지 않을까봐. 매워야 제맛이란 뜻이니 무섭기까지 하다. 아마도 넓은 평야에 특산물이 별로 없다보니 매운 것으로 맛을 내는 전통이 생긴 것이 아닌가 한다.

그 외에 윈난에서는 라부파(辣不파)라고 하는데 ‘매워도 무섭지 않다’라는 뜻이다. 즉 일부러 먹지는 않지만 매워도 먹을 수는 있다는 조금은 소극적인 입장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광저우(廣州)나 윈난 지역의 음식이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것 같다. 음식의 가짓수도 풍부하고 다양한 재료가 쓰이며 모양도 예쁜 편이다. 전체적으로 조금 달짝지근하고 풍부한 맛이 난다. 다만 향신료를 많이 사용해 비위가 안 맞을 수도 있다. 김치가 자꾸 생각나는 음식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실 매운맛이란 것은 없다. 짠맛, 단맛, 신맛, 감칠맛 등과 달리 ‘맵다’는 것은 통각이다. 맛이 아니라 일종의 통증이란 뜻이다. 즉 자극인 셈이다. 결국 매운맛의 유행은 자극의 필요성에 대한 대안이 아닌가 싶다. 혀가 아프고, 위가 아픈 것을 즐기는 셈이다. 그래도 가끔은 중국의 매운맛에 용감하게 도전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것이 외국여행의 진정한 맛이기에….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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