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가을이 시작된다는 입추(立秋)다. 그 체면이라도 살려주려는지 일부 지역엔 비가 내려 찜통더위가 다소 주춤해진 모습이다. 하나 9월 초까지 계속될 폭염의 기세를 꺾기엔 역부족이다. 요즘 만나는 지인마다 “살다 살다 이런 더위는 처음”이라며 혀를 내두른다. 물론 이런 유의 표현은 통계를 들여다보면 ‘엄살’이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사실일 공산이 크다. 지금까지의 올여름 기상통계가 그 근거다. 1994년 이후 최강(最强)의 더위로 기록됐던 지난해의 경우 7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열대야 일수는 총 209일이다. 반면 올해는 7월 27일까지 306일이다. 지난해보다 나흘이 적은데도 발생일수는 100일 가까이 많은 셈이다. 6월 1일부터 7월 말까지의 평균 최고기온도 올해가 지난해보다 1.2도 높다. 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전국 평균 폭염 일수도 올 7월엔 6.4일로 지난해(5.5일)보단 0.9일, 평년(3.9일)보단 2.5일 더 많다. 3년 후인 2020년엔 남부지방이, 50여 년 후인 2070년엔 남한 전체가 아열대기후에 편입된다는 기상청의 예측이 한층 더 실감 나는 올여름이다.
사람들은 태풍·호우 등과 달리 폭염에 대한 위험 인식엔 무덤덤한 편이다. 태풍이나 호우는 산사태가 일어나고, 집·건물이 무너지고, 농작물·가축이 떠내려가는 등의 시각적 효과가 크다. 반면 폭염은 사람이나 동식물만 맥없이 쓰러질 뿐 ‘파괴적’ 장면은 보이지 않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세계 각국은 폭염을 최악의 기상재해로 꼽는다. 경제·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조용성 고려대 교수는 ‘2015∼2060년 서울 등 전국 7대 도시에서 65세 이상의 폭염 사망자가 최대 22만2000명 발생하고, 사회적 비용도 106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솔로몬 샹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팀은 세계 기온이 0.55도 오를 때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0.7%씩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폭염 문제가 더 심각한 건 그 고통이 저소득층에 집중돼 양극화 간극을 더 키우기 때문이다. 폭염발 고(高)물가는 서민 경제에 직격탄을 날린다. ‘폭염 앞에 만인은 불평등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저성장·양극화 극복을 최우선 경제과제로 삼아 가뜩이나 갈 길이 먼 문재인 정부에 풀어야 할 숙제가 또 하나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