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당 대표 출마는 논쟁적 선택이다. 대선이 끝난 지 채 100일이 지나지 않았고 이번 전당대회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지도부를 새로 선출하기 위한 과정이란 점에서 ‘책임정치 실종’이란 당 안팎의 비판은 자연스럽다. 그렇다고 안 전 대표의 출마가 국민의당, 나아가 우리 정치에 독이 될지 약이 될지 단정하기도 쉽지 않다. 자신의 출마가 전기충격이 돼 국민의당 심장을 다시 뛰게 하고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모을 거라는 안 전 대표의 주장을 마냥 부인하기 어려운 게 현재 국민의당이 직면한 현실이다.
그러나 안 전 대표가 지난 3일 출마 기자회견과 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힌 인식은 불안감을 자아내게 한다. 그는 현재의 정치 상황을 여전히 기득권 양대 정당의 대립 구도로 파악하고 그 속에서 원내 제3당으로서 국민의당의 역할과 미래를 구상하고 있다. 대선 이전의 상황인식과 ‘38석 획득’이란 총선 성공신화에 머무는 느낌이다. 그러나 지난 대선을 통해 거대 양당 구도는 붕괴됐다. 집권에 성공한 진보·좌파 진영은 자기들 방식으로 새로운 정치를 추진하고 있는 반면, 중도·보수·우익 진영은 사분오열돼 지리멸렬한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의 이념적 균형이 무너지면 견제 기능을 상실해 ‘박근혜정부 국정농단’과 같은 국가적 위기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
더구나 현재 상황이 지속되면 진보·좌파 진영으로 운동장이 기울어진 현상은 내년 지방선거를 통해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고 국민의당 역시 그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국민의당은 의석수(40석)로 제3당의 지위를 점하고 있지만, 정당지지율은 5%(갤럽 8월 첫째 주 조사 기준)로 5대 정당 중 꼴등이다. 그나마 호남에서 선전을 기대하지만, 함께 호남을 주요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정당 지지율은 46%로 국민의당의 9배를 넘고 호남 지역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 역시 90%대에 달한다. 이런 구도에서는 안 전 대표가 국민의당을 강소야당으로 바꾸고 젊은 정당, 분권정당, 당원정당, 민생정당을 추진하더라도 국민의 지지와 선택을 받기는커녕 관심을 끌기조차 어려운 게 우리 정치 현실이다.
결국 안 전 대표가 자신의 출마를 당과 한국 정치를 위한 결단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국민의당을 넘어서 정치권 전체의 구도와 룰 자체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돼야 한다. 안 전 대표는 그간 기득권과 기존의 관행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새로운 영역에 새로운 방식으로 도전함으로써 주목할 만한 성공과 성취를 이뤄왔다. 의사 출신임에도 한국 최초로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도전해 성공했고 그 기술을 무료로 공개했다. 성공한 창업자 자리를 버리고 학교로 돌아가 젊은이들과 교감함으로써 ‘소통의 아이콘’‘청년의 멘토’로 부상했다. 이런 이력이 대선 패배 책임론에도 불구하고 안 전 대표의 당 대표 출마에 여전히 기대를 걸게 하는 대목이다.
안 전 대표는 경선에서부터 국민의당의 기득권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완전히 새로운 정치를 위한 합리적 진보와 건전한 중도, 개혁적 보수의 대통합을 공약해야 한다. 대표에 당선되면 대표란 기득권에 안주하지 말고 바른정당과의 합당, 자유한국당 내 개혁적 인사들과의 통합에 앞장서야 한다. 애매한 정책 연대나 선거 공조로는 현재의 정치 구도를 바꿀 수 없다. 호남 민심을 담아내는 노력을 하되 구태 정치나 기득권에 연연하는 정치인은 과감하게 배제해야 한다. 특히 ‘극중주의’나 ‘한국형 제3의 길’과 같은 이념적 원칙에 집착해선 안 된다. 향후 우리 정치는 보수와 진보가 대립하는 양당 체제를 넘어 기존 정치인과 정치권을 완전히 바꾸는 ‘정치 교체’로 나아가야 한다. 안 전 대표가 벤치마킹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승리한 원동력도 그가 제시한 ‘제3의 길’이란 이념보다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었다. 의회 전체 의석 577석 가운데 432명(75%)이 신인으로 교체된 지난 6월 총선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안 전 대표는 지난 총선을 앞두고 전국을 돌며 직접 국민의 소리를 듣는 과정에서 제3당의 가능성을 확신했다고 한다. 민심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하고, 되풀이되는 성공신화는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지금 다시 국민의 소리를 듣는다면 정치 교체를 위한 대통합의 열망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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