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닐라에서 6일 열린 강경화 외교(外交)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의 회담은 한·중 관계의 현주소와 함께 한국 외교의 무기력을 여실히 드러냈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또 강 장관 취임 이후 처음이어서 수교 25주년을 앞둔 양국 관계의 시금석으로 받아들여졌다. 마침 진통 끝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 결의안 제2371호를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이후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그런데 왕 부장은, 강 장관은 물론 한국이라는 국가 차원에서도 ‘모욕’으로 받아들여야 할 만큼 오만한 외교적 언행을 서슴지 않았다.

왕 부장은 북한의 책임에 대해서는 생략한 채 문 정부의 사드 4기 추가 배치 결정을 비판했다. 왕 부장은 회담에서 “개선되는 양자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회담 후에는 취재진들을 상대로 회담 내용을 일방적으로 소개했다. 강 장관에게 “사드가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막을 수 있는가?” “누가 안보리 결의안 각 항목을 집행하는가?” “누가 이 방면에서 대가를 치러야 하는가?” “한국이 미국 미사일방어체계에 가담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는가?” 등의 질문을 던졌다고 밝혔다. 이 질문들에 대한 중국 측 입장도 답변 형식으로 내놨다. 중국의 이런 주장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조롱하듯 무시하는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점, 사드 배치가 북핵·미사일에 대비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사실 등에는 귀를 닫고 있다. 한국 입장은 전혀 안중에 없는 것이다. 외교장관 회담 내용을 이런 식으로 일방적으로 밝히는 것도 한국에 대한 결례다. 심지어 사드 배치에 대해 ‘과거의 잘못된 행동’이라고 언급함으로써 한국 정부 차원의 선택을 ‘잘못’이라고 지적하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강 장관은 제대로 반박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강 장관은 왕 부장의 주장에 대해 “북한의 추가 미사일 도발에 대해 우려가 심해진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방어적인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을 뿐이다. 강 장관은 중국이 사드 보복을 중단해야 한다는 말은 제대로 꺼내지도 못했다고 한다. 한국 외교가 이렇게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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