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계획은 국민이 주인인 정부, 더불어 잘사는 경제와 함께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라는 국정 목표가 설정돼 있다. 교육에 있어서 국가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제고(提高)하겠다는 내용은 공감한다. 하지만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이라는 5대 국정전략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크다. 기본적으로 내 삶은 자유로운 나의 선택에 기반해야 하고 국가는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에 타당하기 때문이다. 교육 서비스에 있어서도 국가가 책임진다는 말은 획일적인 서비스 내지는 개인의 선택에 대한 강한 규제를 암시하기에 우려를 낳는다.
교실혁명을 통한 공교육 혁신이라는 국정과제는 ‘경쟁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진로 맞춤형 교육’으로 학생의 성장을 지원하고, 혁신학교, 자유학기제 확대, 대입(大入) 전형 간소화 등을 통해 교실에서 시작되는 공교육 혁신을 도모하겠다는 목표 역시 좋은 방향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를 위해서는 대입 제도 개선 및 공정성 제고가 필요하다. 정부는 복잡한 대입 전형을 단순화하고 중장기 대입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내용에서 현재 중학교 3학년에 적용되는 2021 수능 개편안을 발표하고 학생부 위주의 전형 개선 방안 마련, 고교 학점제에 맞는 대입 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문제는 이러한 국정운영계획에 근거해 8월 중하순까지 국민적 여론을 수렴해 최종 고시하고 늦어도 8월 말까지 확정한다는 일정이다. 수능 절대평가와 함께 내신 절대평가(성취평가제) 역시 8월 말까지 판단을 마무리하고 수능 개편안과 비슷한 시기에 발표하겠다고 했으나, 일단 국무회의에서 점진적 도입이 필요한 것으로 정리됐다니 다행이다. 입시 제도 개편은 주기적으로 수정이 필요하지만, 이를 통해 교실혁명, 공교육 혁신을 이루는 데는 복잡한 통제변수, 환경변수가 전제돼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선, 수능은 대학수학능력을 판단하기 위해 고안된 시험으로, 미국의 대입 자격시험 SAT와 달리 1년에 단 한 번 전국 동시 실시로 국가에서 변별력 확보 책임을 진다. 현재 각 대학에는 본고사를 금지하고 있어 수능의 변별력이 학생 선발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밖에 없다. 최근 수시 전형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전형 방식이 고안되고 있지만, 내신 절대평가가 도입되게 되면 학생부 전형도 변별력 확보가 어렵게 되므로 수능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주요 대학 입학처장들은, 한국사와 영어를 이미 절대평가로 전환한 만큼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과목의 절대평가 확대라는 차선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교육 당국은 이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대학의 학생 선발권을 존중하는 근본적인 입시제도 개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를 공약하고 여기서 자율과 책임의 교육혁신 과제들을 다룰 계획인 바 이를 8월이라는 시한을 정해 놓고 획일적으로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서둘러 확정하는 경우 부작용이 커질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1993년 처음 시행한 수능이 또 한차례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의 환경을 고려해 누더기가 된 입시, 방향감을 잃은 수능은 보다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이는 시간과 폭을 넉넉히 잡고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야 할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해 둔다. 수험생들을 더는 실험 대상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