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의 대북(對北) 제재 결의안 제2371호가 지난 5일 안보리 상임이사국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발사한 뒤 미국과 중국이 극적으로 타협한 결과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경제 제재에 나서겠다고 경고하는 등 중국과 경제전쟁이라도 벌일 기세였다. 결국, 양국은 대북 제재 원칙에 합의하면서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도록 시간을 주는 선에서 타협했다. 그만큼 복잡한 셈법이 있다. 그새 국내 주가는 출렁거렸고, 달러·유로·엔·위안화 환율이 동시에 올라갔다. 우리로선 미·중 관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인식한 계기였다.
이번 결정은 중국이 국제질서의 유지에 미국의 주도권을 인정한 것이다. 현실적인 결정이다. 물론, 협상 마지막 단계에서는 중국이 크게 반발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언젠가는 대결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겨 두었다. 중국 전체 교역 중 미국의 비중이 15% 남짓이나 된다. 연간 2500억 달러 안팎의 무역수지 흑자를 거두고 있다. 국부 축적의 가장 큰 부분이다.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다. 국내 경제 구조조정으로 가뜩이나 경제가 예전 같지 못한데, 미국과의 경제 분쟁에 휩쓸리는 경우 이익이 될 이유가 없다. 또, 시진핑 주석은 11월에 있을 공산당 전당대회를 통해 자기 색깔을 내고 싶어 한다. 지난 4월, 미·중 정상회담 때 거둔 외교적 성과가 퇴색되는 건 손해다. 결국, 트럼프의 체면을 세워 주면서 북핵 문제가 중국 쪽으로 번지는 건 막아야 했다.
이번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는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원천적인 질문을 던져준다. 언제까지 유엔 결의안에 일희일비해야 하느냐 하는 것이다. 미·중 관계가 삐꺽거리면 우리에겐 치명적이다. 과거에는 정경분리가 어느 정도 통했다. 미국이 중국에 비해 월등한 우위에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2014년 중국도 세계 G2의 10조 달러 경제에 진입한 이후에는 더 이상 정경분리 정책을 취하기 어려워졌다. 중국이 미국의 주도권을 인정하지 않게 되는 상태까지도 고려, 우리의 대응책을 신중하고도 심각하게 준비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첫째, 우리도 자주국방을 다시 챙기는 노력이 필요하다. 차제에 군 개혁을 다각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이 군인력 운용에 대한 적합성 여부다. 지금의 군인력 구조는 6·25 이후에 고착된 것이다. 대북 억지력을 최대화하기 위해 이를 어떻게 재구성해야 할지 살펴야 한다. 육·해·공군의 비율도 재점검해야 한다. 많은 국민이 막대한 예산을 쓰는 우리 군이 그에 걸맞는 대북 억지력을 갖추고 있는지 묻고 있다.
둘째, 경제적으로도 그렇다. 사실, 중국과 미국은 우리의 교역 1, 2위국으로서 3분의 1 비중이다. 무역 흑자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 상반기 경제가 그나마 호전된 것은 수출이 두자릿수로 증가한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너무 미·중 의존적이다. 무역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귀가 닳도록 들어왔지만 아직도 멀었다.
마지막으로, 전방위 외교가 필요하다. 외교란 없다는 주장도 있다. 결국은 힘의 논리로 결판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적어도 외교적 따돌림은 당하지 말아야 한다. 인적 외교 자원이 풍부해야 한다. 미국이나 중국의 주류 인사들과 얼마나 접촉이 가능할지를 반문해 본다. 단순히 명함 교환을 통해 알게 된 인사들이 아니다.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인사가 얼마나 있을지 고민해 본다. 우리의 외교 자원을 더욱 다원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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