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택시연합회관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견해를 밝히며 정부의 규제 완화와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택시연합회관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견해를 밝히며 정부의 규제 완화와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박복규 택시연합회장, 규제 완화 호소

6년동안 최저임금委서 활동
이번만큼 참담했던 적 없어

택시기사 사납금 제외한 채
고정급여만 최저임금 적용
인건비 급증에 경영난 우려
직종·지역별 차등적용해야

사내 개인택시 제도 도입 등
경영·근로형태 자율성 보장을


“끝나고 보니 참담했습니다. 전년 대비 16.4%라는 최저임금 인상률은 엄청난 물가상승은 물론, 근로자들에게 많은 나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직종별, 지역별로 최저임금 산출근거를 마련해야 합니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의 중소기업 소상공인 사용자 위원으로 6년째 참석한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장은 지난달 31일 택시회관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저임금이 업계에 미칠 영향 정도를 계산한 지표를 꺼내놓으며 이같이 말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해 왔던 그는 택시연합회장이면서 택시업체를 운영 중인 중소기업인이기도 하다.

박 회장은 “택시 등 중소업계 소상공업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맞추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6년 동안 최저임금위원회에 참가하면서 이번처럼 심적으로 고통받은 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박 회장은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요구해 받은 ‘중소업계에 미칠 최저임금의 영향률 분석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경총의 자료를 받아보니 내년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근로자 중 84.5%가 30인 미만 사업장에 속해 있다. 또 최저임금 근로자의 82.9%가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 최저임금 주요 지급 주체인 소상공인 사업체의 월평균 영업이익은 187만 원으로, 지난해 중소기업의 42%가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못 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 회장은 무엇보다 최저임금 산정 시 중요한 기준으로 직종별 차등 적용방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회장은 “법에 최저임금을 직종별로 정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도 그동안 정부는 일괄고시를 해 왔다”며 “경영난이 예상되는 8개 업종은 직종별로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8개 업종은 PC방, 편의점, 슈퍼마켓, 미용업, 음식점, 택시, 경비, 주유소 등이다. 이번 최저임금위원회에서도 이 같은 차등 적용방안이 제안됐지만 심도 있게 논의되지 못한 채 결국 무산됐다.

박 회장은 “어느 나라도 모든 업종에 일괄적으로 최저임금을 일괄적용하지 않는다”며 “이웃 나라 일본만 봐도 직종별로 또는 지역별로 세세하게 분류가 잘돼 있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택시업계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사례를 들어 왜 직종별·지역별 차등 적용 방안이 중요한지에 대해 강조했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도 택시업계의 특수성은 반영되기는커녕 무시됐고 이로 인해 현실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게 박 회장의 설명이다. 2012년부터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 위원과 중앙노동위원회 사용자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한남여객운수와 삼이택시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박 회장이 말하는 특수성은 택시기사의 임금체계와 관련돼 있다. 소위 ‘사납금’이라고 부르는 일정 수준의 운송수입금을 회사에 내고 이를 초과하는 수입금은 택시기사 본인이 가져가는 구조다. 이에 따라 택시기사는 회사에서 받는 고정급여에 추가로 초과운송수입금을 갖는다. 초과운송수익금은 서울 지역의 경우 월 기준 80만 원 상당으로 추정된다.

박 회장은 “초과운송수익금도 기사들의 실질적인 소득이지만 문제는 2009년 7월부터 초과운송수익금이 최저임금법 산입범위에서 제외돼 고정급여만 최저임금으로 적용된다는 것”이라며 “이로 인해 노동비용이 급격히 증가해 택시업체의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택시 고정급여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상승해 택시업계의 부담이 더 가중되지만 운송수입금 기준액은 노조 등의 반대로 상향조정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수도권 외에 인구밀도가 낮은 시골 등에서는 운송수익이 나지 않아 모든 급여를 다 기사에게 맞춰도 최저임금을 맞출 수 없다는 문제점도 강조했다. 박 회장은 “읍·면 단위는 하루 종일 기사가 돌아다녀도 하루 수익이 몇 만 원도 되지 않아 초과운송수익은커녕 사납금도 맞출 수 없다”며 “택시의 경우 직종별 최저임금은 물론, 지역별로도 차등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최임위의 의사결정 구조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저임금은 대부분 열악하고 빈약한 영세업체에 영향을 주는 정책으로 최저임금 인상안도 그들이 논의의 중심이 돼야 맞지만 위원회 참여자는 철도·금속·금융 등 주로 대기업 노조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와 같이 어려운 택시 업계나 영세업체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택시업계의 경우 자본금 5억 원 미만의 회사법인이 전체 택시업체의 95.9%에 달한다. 박 회장은 “지금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으로 많은 분이 걱정하고 있다”며 “열악한 임금체계에서 버텨오던 사람들, 일자리를 잃어버릴 위기에 있는 사람에 대해 정부가 상당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택시업계에 대한 과도한 규제도 개선해야 한다고 박 회장은 주장했다. 택시의 생산성은 ‘요금’이지만 택시요금은 택시업체와 노조 간의 자율적인 합의로 결정하지 못하는 구조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택시요금의 결정에 간접적으로 개입해 인상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택시는 버스와 달리 대중교통으로 인정해주지 않으면서도 요금 조정에 있어서는 물가안정과 국민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 등으로 대중교통에 준 하는 수준으로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토교통부 훈령에는 택시 요금조정은 2년마다 한 번씩 하도록 했지만 2013년 이후 4년이 넘도록 요금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어 올해나 내년에도 요금 조정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택시 근무시간도 마찬가지다. 택시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노사가 합의하면 ‘주 1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 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특례업종으로 인정되고 있다. 최근 정부와 국회에서 택시를 특례업종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 박 회장은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일반택시를 제외할 경우 급격한 인건비 상승을 감당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박 회장은 “국토부에서도 택시운송사업 발전 기본계획을 통해 노사합의를 전제로 부분적 임대제 허용방안을 강구 하기로 했다”며 “일정한 자격 요건을 충족한 사업자나 운수종사자에 한해 사내 개인택시제 도입 등 택시 경영형태 및 근로 형태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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