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정 음악감독이 지휘하는 ‘아리랑’ 오케스트라.  신시컴퍼니 제공
김문정 음악감독이 지휘하는 ‘아리랑’ 오케스트라. 신시컴퍼니 제공

- 뮤지컬 뒤의 숨은 연주자 ‘오케스트라 피트’

정규 단원 위주 오케스트라 구성
서양악기에 해금·국악 퍼커션도
서정적이고 전통적인 선율 추구


뮤지컬이 시작되기 전, 화려한 무대를 뒤로하고 어두컴컴한 구덩이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뮤지컬 내내 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하는 연주자들의 공간, ‘오케스트라 피트’의 ‘피트(pit)’는 구덩이라는 뜻이다. 관객들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대극장 공연일 경우 18~22명에 달하는 대인원이 이곳에서 3시간 내내 백조의 수면 아래 발처럼 움직인다. 어둡고 갑갑한 환경에서도 배우의 대사와 호흡에 맞춰 음악을 연주해야 하는 오케피 안은 늘 초긴장 상태, 팔을 쭉 뻗기도 좁은 공간이지만 불평할 여유는 없다. “무대 위에서 음악에 흥이 난 배우가 발을 쿵쿵 구르면 지하 천장에서 먼지가 떨어지기도 해요. 그럴 땐 저희끼리 눈을 마주치며 웃어버리죠” 지난달 15일 개막한 뮤지컬 ‘나폴레옹’을 맡은 김성수 음악감독의 말이다.

나폴레옹이 교향곡 같은 장중함과 화려함을 추구했다면, 지난달 25일 개막한 뮤지컬 ‘아리랑’의 음악 세계는 이와 조금 다르다. 일제 침략부터 해방기까지 걸친 극 중 이야기와 어울리도록 서정적이면서도 응집력 있고, 전통적인 선율이 주를 이룬다.

이 때문에 오케스트라 중 해금과 국악 퍼커션(타악기)을 담당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 가로 18m, 세로 2m의 공간에 21명의 오케스트라가 각자 악기를 가지고 나란히 있기 어려워 장구, 모둠북, 꽹과리 등을 치는 국악 퍼커션은 별개로 마련된 방에서 모니터를 통해 김문정 음악감독의 지휘를 확인한다고 한다.


오케피 내 울려 퍼지는 동서양 악기 소리의 조화, 무대 전환을 고려한 템포에서부터 마이크와 악기 사이의 거리 및 위치 등도 세심하게 조율한다.

“요즘에는 더블, 트리플 캐스팅이 일반화됐기 때문에 배우마다 다른 대사 길이와 타이밍에 맞춰 오케스트라와 순간 호흡을 맞추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게 김문정 감독의 말. 공연 중 오케스트라 단원 한 명이 무대 위로 올라가 배우의 창에 맞춰 고수 역할을 한다는 점도 아리랑의 특징이다.

오케스트라의 구성과 음색은 서구적 색채의 뮤지컬과 상당히 다르지만, 오케피 속 세계는 여느 작품과 마찬가지로 다이내믹하다. 김문정 감독은 “우리끼리는 오케피에 ‘탑승’한다고 한다”며 “공연이 시작되면 어떤 일이 있어도 중간에 연주를 멈추거나 밖으로 나오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과거 피트 안에서 악기를 비추는 공연 등과 지휘자 모습을 비춰주는 모니터가 한꺼번에 꺼져 음악감독이 연주자들만 들을 수 있는 마이크로 연주 코드를 일일이 불러준 적이 있다고 한다. 어느 극장은 피트의 입구가 유난히 좁아 연주자의 악기 줄이 끊어지는 긴급상황이 발생했는데도 이를 들고 밖으로 나가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아리랑은 김문정 감독이 운영하는 ‘더 엠씨 오케스트라’가 오케스트라 연주를 맡고 있다. 15명의 정규 단원과 나머지 부단원으로 구성됐으며, 동시에 여러 개 작품 의뢰가 들어올 경우에는 부단원과 객원 단원까지 70~80명의 인원이 함께 움직인 적도 있다고 한다. 작품이 있을 때마다 모였다가 흩어지는 다른 오케스트라에 비해 악장과 관리자, 정규 단원들이 있는 형태여서 비교적 엄격하게 연주 질과 연주자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편으로 알려져 있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오케스트라의 안정적인 운영은 이를 이끄는 감독이 어느 정도의 정해진 공연 레퍼토리를 가졌을 때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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