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홍 소설집 ‘서울 노마드’

언론인 출신 소설가 이계홍이 소설집 ‘서울 노마드’(문학나무)를 펴냈다. 표제작을 포함해 중편 3편 등 총 8편을 한데 묶은 소설집이다. 표제작은 요즘 사회문제로 종종 거론되는 노모 부양을 소재로 하고 있다. 누구나 겪었을 법한 가족 간의 갈등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 공감이 간다.

소위 386세대인 한상규는 조카의 부탁으로 결혼 상견례에 참석했다가 자신의 어린 시절, 그리고 별세한 어머니를 떠올리게 된다. 어머니를 대하는 조카의 태도가 너무 당당했기 때문이다. 조카는 사돈에 비해 넉넉하지 못한 집안 형편을 애써 포장하지 않았다. 뇌 신경 장애가 있어 어린애처럼 행동하는 어머니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맏아들인 한상규는 효도한 기억이 별로 없다. 어머니는 고달픈 시집살이 속에서도 며느리로서, 엄마로서 역할을 다 했고, 평생 일군 논밭을 처분해 자식들에게 나눠줬다. 그러나 자식 집에 상경한 어머니의 삶은 갈등의 연속이었다. 한상규나 둘째 아들 집에서는 며느리들의 구박을 받았다. 딸 집에 머물 때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낯선 서울에서 어머니는 유목민처럼 떠돌았다. 작품 곳곳에 사회성 깊은 주제의식이 담겨 있다. 결국 인간성을 회복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으나 현실적 갈등의 골이 너무 크게 느껴져 가슴 아프다.

이 작가는 “인간 모욕의 역사를 증언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싶다. 진실의 무기인 문학을 통해 인간화로 이끌어가는 작업은 작가로서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믿는다”며 “흩어진 것들을 묶고 새롭게 출발한다는 신고식의 부적으로 이번 소설집을 펴낸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1974년 ‘월간문학’ 소설 부문 신인상에 당선되며 데뷔했다. 기자 생활을 거쳐 현재 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객원교수를 맡고 있다.

소설가 김상렬은 “이계홍의 시선은 칼날처럼 날카로우면서 군불처럼 따뜻하다. 이는 오랜 언론계 생활에서 얻어진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의 결과”라고 평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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