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록 공개 범위 크게 확대
내부非理 감찰과정 공개하기로
검·경수사권 조정 목소리 높자
여론반전·시간벌기 전략 분석도
“발가벗고 수사하고 기소하겠다는 것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놓은 조치와 관련, 검찰 내부에서 이 같은 반응이 나올 정도로 전향적인 안들이 다수 포함됐다는 평가다. 검찰개혁 논의가 본격화하기에 앞서 문 총장이 먼저 나서 ‘검찰이 먼저 바뀌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수사심의위원회 전격 도입 = 이날 발표의 핵심은 수사심의위원회 도입이다. 수사·기소 전(全) 과정에 있어 사실상 그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던 검찰이 스스로 수사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수사·기소 전체 과정을 심의받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검찰에 수사심의위원회가 생기기는 처음이다. ‘검찰 중립성’을 강화해 ‘투명한 검찰’이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에 따라 변호사, 교수 등 전문성이 있는 외부 인사들이 위원회에 참여해 검찰의 수사 전반을 ‘간섭’하는 길이 열렸다. 다만, 대상은 고위공직자·정치인 등이 연루돼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리는 사건으로 한정될 전망이다. 위원회는 수사 개시의 적정성, 수사 과잉·지체 여부 등을 점검하게 된다. 문 총장은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게 된 동기부터 의심받는 경우가 있었다”며 “외부에 의해 점검받을 수 있다는 각오로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 기록 공개 범위도 크게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간 검찰은 사건 관계자 등의 수사 기록 공개 요구에 정보공개법 등을 이유로 극히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핵심정보를 빼고 사건기록을 공개하는 식이 대부분이었다. 검찰은 앞으로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사건관계인 등의 수사기록 공개 요구에 충실히 응할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가 나서기 전 선수 친 총장 = 수사심의위원회 도입은 개혁 대상이 된 검찰이 본격적인 검찰개혁 논의에 앞서 선수를 친 측면이 있다. 일각에서 검찰의 수사권을 통째로 경찰에 넘겨주는 방식의 수사권 조정까지 거론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그대로 수사권은 행사하되 수사·기소 전반에 ‘견제받는 권력’이 되겠다는 방침을 먼저 밝혔다는 점에서다. 개혁 외풍이 옥죄어 오기 전에 시간을 버는 측면도 있다. 본격적인 검찰개혁 논의에 앞서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면 검찰에 적대적인 여론이 반전되고, 기존 청와대의 검찰개혁안이 대폭 수정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내부 시각이 많다. 검찰 관계자는 “결국 수사를 잘하는 게 중요하다”며 “인권 검찰, 불편부당하게 수사하는 검찰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내부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이 원하는 방식의 검찰개혁이 그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경찰이 독립적인 수사권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고, 여당·청와대 내부에서도 ‘인권 경찰’이 되는 것을 전제로 이 같은 방식의 수사권 조정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많기 때문이다.
◇외부 전문가에 의한 통제 = 문 총장은 또 검찰개혁 논의에 적극 참여한다는 의미에서 검찰개혁추진단을 설치하고, 검찰개혁위원회도 새롭게 탄생시키겠다고 밝혔다. 추진단은 검찰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개혁안을 만들어 위원회로부터 의결을 받아 시행에 들어갈 전망이다. 아울러 청와대와 검·경이 모두 참여하는 검찰개혁 협의 기구에 참여해 검찰 목소리도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수사권 일부 조정 등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 국민 인권 증진에 반할 수 있는 개혁안들에 대해서만 적극 반대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또 검찰은 ‘제 식구 감싸기’ 행태를 막기 위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외부점검단을 꾸려 수사는 물론 감찰 단계까지 이 조직의 점검을 허용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내부 비리에 대한 감찰은 ‘비공개 원칙’에 따라 진행돼 감찰 진행 상황 공개를 일절 하지 않았다. 아울러 검찰은 특별수사 전담 조직 축소에도 나선다. 지청 규모에서 수사에 나설 경우, 해당 지청이 소속돼 있는 고등검찰청과 협의를 거치고, 대검의 점검을 받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의 경우, 단장을 차장검사급으로 하고 산하에 부장검사급 팀장 한 명만 두는 등의 조직 축소 방침을 밝혔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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