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 경희대 교수, 前 駐유엔 대사

북한의 계속되는 장거리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유엔 안보리는 지난 5일 결의 제2371호를 채택, 대북(對北) 제재를 강화했다. 북한의 외화소득을 3분의 1 이상 삭감하게 될 이번 제재안은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의 표현대로 “과거 어느 국가에 부과된 것보다 강력한 제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번 제재가 북한에 즉각적인 효력을 보일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사실, 북한 정권이 언젠가 경제 개혁을 통해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려고 나선다면 기존의 제재만으로도 핵무기와 경제 발전 중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올 수밖에 없다. 그 순간을 기다리면서 압박을 높이는 전략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전략적 인내’라고 불렀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략적 인내의 실패와 종식을 선언했다. 그러면 남은 방법은 충돌과 대화다. 미국 고위인사들은 ‘모든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면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우리로서는 한반도에서 전쟁 재발을 막는 것이 북핵 문제 해결보다 더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북한을 비핵화 대화로 끌어내느냐가 관건이 된다. 여기에서 중국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데에는 한·미·일(韓美日) 모두 동의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중국은 자국이 그런 능력이 없다고 한다. 사실은 그런 능력이 없는 게 아니고, 북한의 붕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비핵화를 강요할 수는 없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인지 모른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은 중국에도 여러 가지 의미에서 바람직하다. 사드 배치 문제 하나만 놓고 봐도 그렇다. 하지만 북한의 붕괴와 핵무장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중국으로서는 최대의 딜레마가 될 것이고, 후자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보면 중국의 실효적인 대북 압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붕괴 없이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 도움된다. 그래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미국이 북의 ‘정권교체’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고 누차 강조하고 있다.

한·중·일은 북한 문제에 대한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므로 이 문제에 관한 협력도 쉽지 않다. 하지만 3국 모두 북한의 비핵화를 추구한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공통의 목적을 최대한 부각시키고, 방법론의 차이는 인정하는 것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3자 간 협력의 기본 방향이 돼야 한다. 한국과 일본도 미국과 발을 맞춰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이 정권 유지에 도움이 되고 핵무기에 집착하면 오히려 더 갑작스러운 붕괴가 올 수 있음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북한 정권이 핵무장을 통해 권력을 굳히려는 것은 잘못된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리비아나 이라크에서 핵무기가 없어서 독재정권이 무너진 게 아니고,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져서 권력의 정당성이 취약해진 게 근본적인 원인이다. 우리의 민주화 과정만 돌아봐도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독재정권은 내부의 도전으로 붕괴했다.

북한이 무한정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하지는 않을 것이고, 언젠가는 이를 멈추고 경제발전으로 돌아서려고 할 것이다. 그 시점이 북핵 문제 해결의 갈림길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대북 제재가 충분히 강력해서 북한이 비핵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해야 한다. 이번 안보리 제재 강화의 의미도 거기에서 찾아야 한다. 당장의 효과에 연연할 필요도 없고 성급하게 충돌의 위험을 감수할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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