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트웬지 교수 연구서 출간
자동차운전·性관계 늦게 경험
“오늘날 18세는 이전의 15세”
끝이 없는 소셜 미디어 세상
외로움 더 느끼고 수면장애도
사춘기를 온전히 스마트폰 보급 이후에 보낸 첫 세대인 이른바 ‘아이젠(iGen·인터넷 제너레이션의 영어 약어)’ 세대가 자살 충동 등 정신건강 문제를 안고 살아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더 편안함을 느끼는 이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대면 접촉이 적어 물리적 위험성에 노출될 확률은 적지만, 우울증이나 수면 장애 등을 겪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 공영라디오방송 NPR는 샌디에이고 주립대의 진 트웬지 심리학과 교수가 스마트폰 세대를 연구해 8월 출간하는 책 ‘아이젠’을 소개했다. 트웬지 교수가 연구한 연령층은 1995년부터 2012년 사이에 태어나 스마트폰과 함께 사춘기를 보낸 세대다. 이들은 이전 세대보다 술을 덜 마시고 성관계나 운전을 늦게 배우는 경향이 있어 물리적 위험성에 노출될 확률은 적지만, 잦은 SNS 사용으로 실제 인간관계에서는 외로움을 느낄 때가 많아 심리적으로는 오히려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트웬지 교수에 따르면 스마트폰 붐을 일으킨 애플의 아이폰은 2007년 무렵 출시됐는데, 이때부터 사춘기를 경험한 세대는 이전 세대와 급격히 다른 경향을 보여줬다. 한국의 고3에 해당하는 미국 12학년생들의 경우 1970년대에서 2007년까지만 해도 친구들과 어울리는 횟수가 주 2.7~2.9회였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이후에 사춘기를 보낸 세대는 친구들과의 대면 접촉 횟수가 주 2.3회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성 간 교제에서는 훨씬 더 큰 변화가 나타났다. 이전 세대에선 미 고교생 85%가량이 이성과 데이트를 했으나, 2015년에는 56%만이 이성과 데이트를 했다. 트웬지 교수는 “오늘날 18세는 이전 세대의 15세 정도, 오늘날 15세는 이전 세대의 13세 정도의 행동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10대의 자살 비율이 급격히 높아진 것도 스마트폰이 크게 유행한 2011년 무렵부터다. 특히 1일 3시간 이상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10대의 자살 위험률은 그렇지 않는 10대보다 35%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트웬지 교수는 각종 실험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소셜미디어를 자주 사용할수록 우울감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잠을 잘 청하지 못한다고 응답한 청소년도 1991년에는 25%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40%에 달한다.
트웬지 교수는 “많은 부모들이 청소년기의 자녀가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는 것, 이성 친구를 만나는 것, 함부로 운전하는 것 등에 대해 걱정하지만, 이보다 스마트폰 사용을 더 걱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될 수 있는 한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사주는 시기를 늦추고, 연락 수단이 필요하다면 스마트폰이 아닌 휴대전화를 줄 것을 권유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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